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월등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조선사 1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선박 수주, 수주 잔량 등 기준에 따라 선두가 뒤바뀌는 등 양보 없는 1위 다툼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한 달 만에 다시 세계 조선사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820만6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기록, 현대중공업의 804만6000CGT(울산·군산조선소 합계)을 앞질렀다.
지난해 4, 5월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던 삼성중공업은 6, 7월 현대중공업에 자리를 내준 뒤 8월 이후 다시 1위에 올라 독주체제를 굳혔다.
올해 115억달러 수주 목표를 세운 삼성중공업은 홍콩 선사인 OOCL과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높다.
또 11억달러 규모인 아파트형 크루즈선 수주도 조만간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강점을 갖고 있는 심해 시추선 드릴십에 대한 추가 수주도 낙관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선주사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이번 건조 체결로 삼성중공업은 2000년 이후 발주된 총 63척의 드릴십 중 34척(54%)을 수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수주목표를 전년 대비 78억 달러 증가한 198억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로 정한 현대중공업은 이중 100억 달러 이상을 일반 상선 부문에서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한달 사이, 영국 BP사로부터 총 18억불 상당의 해양설비를 잇달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인 BP사와 약 7000억원 규모의 해양 플랫폼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그동안 드릴십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중공업의 아성에 맹공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노블드릴링(Noble Drilling)으로부터 총 1조1400억원 규모의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기준에 따라 1위가 뒤바뀌는 등 본격 경쟁으로 들어갔다”며 “특히 고유가가 유지되며 드릴십 등 해양 부문에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