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그룹들이 후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계열사 입사→임원 승진→사장단 승진→지분 상속·증여로 이어지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또 현직 회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일임하는 경우에도 현직 회장은 최대주주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23일 현재 김준기 회장은 현재 동부CNI 지분 118만5245주(13.02%)를 비롯해 △동부건설 238만9521주(10.97%) △동부증권 212만2205주(5%) △동부하이텍 160만2227주(3.79%) △동부화재 556만8500주(7.87%) △동부제철 255만2071주(5.04%)등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식 평가액(22일 종가기준)은 3542억5307만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김남호 차장은 동부 CNI 지분 169만7473주(18.64%)를 비롯해 △동부건설 87만3853주(4.01%) △동부증권 270만6364주(6.38%) △동부하이텍 90만2928주(2.13%) △동부화재 995만1520주(14.06%) △동부제철 4670097주(9.22%)등을 보유 중이다.
남호씨의 보유주식평가액은 5642억여원으로 현직 회장인 아버지보다 무려 2000억원이 많은 주식부자인 셈이다.
현직 주요그룹 총수 자제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차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도가 김남호 씨보다 보유주식평가액이 높은 편이다.
이처럼 명예회장도 아닌 현직 그룹 회장인 아버지보다 아들의 보유주식이 많은 이유는 김준기 회장이 오래전부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지분증여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호씨는 그룹 내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동부CNI의 최대주주로 주식보유 분포상 이미 경영권을 승계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동부그룹은 외형상으로 장남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인 점이 완전한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그룹의 재무구조가 정상화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작업이 완료되면 남호 씨의 경영참여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기 회장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경영권 승계논란을 없애기 위해 남호씨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지분확보를 할 수 있게 했지만, 재무구조가 부실한 그룹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부정(父情)’ 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