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류수영, “비움을 연습하고 뜨거움을 준비한다”

입력 2011-03-24 11:00 수정 2011-03-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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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엔터온 엔터테인먼트

“배우는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무턱대고 역할이든, 인기든, 상황이든 선택할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만 고집한다고 해서 잘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올해로 연기 데뷔 13년차를 맞는 배우 류수영(32)은 ‘배우의 기다림과 선택’이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를 통해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와 선택 중에서 배우는 기다림을 통해 얻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제대후 고심 끝에 MBC 미니시리즈 ‘마이 프린세스’를 통해 김태희가 짝사랑하는 ‘남정우’ 교수로 복귀했다. “처음에는 내가 낯간지럽고 어색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대만족은 아니지만 얻은 부분이 많았어요”

‘마이 프린세스’는 군 제대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그에게 다시 도전할 용기를 갖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그는 연기자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니었다. 1998년 KBS ‘캠퍼스 영상가요’를 통해 방송에 출연한 그는 그 프로그램을 계기로 ‘최고의 밥상’ , ‘진실게임’에 출연하며 방송과의 연을 맺었다. 그 당시 “일단 3년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회 없이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을 것 같았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순수한 열정으로 연기생활을 이어온 그에게 고운 시선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썸머타임’은 그의 영화 데뷔작으로 당시 룰라 김지현의 노출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썸머타임’은 노출로 왜곡되기 쉬운 작품이라 저를 ‘썸머타임의’ 류수영으로만 기억하는 건 속상해요. 하지만 제 결정에 후회하진 않아요. 뭐든 잃기만 하는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다들 저를 너무 부드럽게만 보는 것 같아요. 사실은 남자다운 면도 강하거든요. 다행히 서른살이 넘어가면서 강하고 센 부분은 좀 누그러든 것 같아요. 강하게 보여야 하는 이유를 못 느끼깁니다”고 외적으론 부드러워진면을 강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차근차근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그는 요즘도 매 작품마다 재부팅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인다고 말할만큼 겸손하다. 지금도 신인감독님이라도 배우의 연기를 존중해주는 감독님이라면 언제든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 말고는 다른 말이 필요 없죠. 성격이나 인간성에 관한 점은 제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라며 앞의로의 연기생활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제대 후 전국 도보여행을 마친 그는 순간순간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달팽이처럼 걷는 게 제 여행의 목표였어요. 인생의 짐을 다 비워내려고 했죠” 그는 자신의 여행을 이렇게 되돌아 봤다.

“제대로 식어야 다시 뜨거워 지는 것 같아요. 미지근하게 식으면 나중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든요. 지금 저는 아주 차가운 상태예요. 언제든 다시 뜨거워 질수 있는 아주 차가운 상태...”

늘 비우는 걸 연습하고 제대로 뜨거워질 준비를 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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