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더이상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온정 없을 것”

입력 2011-03-28 06:33 수정 2011-03-2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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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8일 취임하는 권혁세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더는 온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그동안 금융회사의 돈벌이 욕심에 금감원이 너무 온정적이었다"며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징후가 포착되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조직개편 및 인사방향과 관련해서는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며 "젊은 직원은 반드시 한 번 현장 검사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일선 검사 현장에 대한 `의무복무제' 도입을 시사했다.

아울러 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권역별 본부장 제도를 개선하면서 은행, 보험, 증권 권역의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창 전 원장 재임 기간 동결·삭감된 직원 임금을 상당폭 올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권 원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금융감독의 큰 방향은.

▲금감원을 되도록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금감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다.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더는 온정이 없을 것이다.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와 리스크 관리는 냉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징후가 포착되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 그동안 금융회사의 돈벌이 욕심에 금감원이 너무 온정적이었다.

-구체적인 분야를 지목하면.

▲가령 은행의 경우 대출상품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한 은행만 대출이 확 증가한다면 분명히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콜 차입을 예로 들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만기 불일치 등의 문제로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은 1%의 사고확률에 대비하는 것이다. 일본 대지진도 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금감원은 80~90%가 문제없더라도 1%의 사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검사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많은데.

▲금감원 직원들이 현장 검사는 싫어하고 사무실에 앉아 감독만 하려고 해 검사기능이 많이 낙후된 게 사실이다. 금융은 전쟁터다.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 후방에 잔뜩 배치해서 뭐 하나. 젊은 직원은 반드시 한 번 현장 검사를 거치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금융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감독을 제대로 하고 정책과 조화된다. 금감원장으로서 신념을 갖고 검사 기능을 강화하겠다. 검사 부문에 우수한 인력을 충원하고, 포상도 강화하겠다. 부서마다 인력을 최대한 뽑아내 전방에 배치하고, 후선 지원 조직은 슬림화하겠다.

-조직개편이나 인사의 구상은 세워놨나.

▲현재의 권역별 본부장 체제는 문제가 있다. 본부장 체제는 부원장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주지 않으려는 견제 수단이었지만, 앞으로는 원장이 조직을 강력히 장악하되 부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겠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나뉜 인사도 될 수 있으면 교류를 많이 하겠다. 전문성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최소 부전공은 하나씩 가져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금감원은 현재 가진 `칼'부터 잘 사용해야 한다. 검사를 철저히 하고, 검사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면 금융위에 알리고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검사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규정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원장 취임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감원장으로 가는 데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재직할 때는 금감원과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 능력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만 있으면 된다.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겠다. 직원 대우가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데, (예산권을 가진 금융위에서) 나에 대한 `전관예우'를 좀 해주지 않겠나. 조직을 위해 지켜줄 것은 지켜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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