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한금융의 저력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사실상의 지도부 공백상황에서도 신한금융은 최고의 실적을 냈던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영진 내분사태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연말 업적평가대회를 위해 더 몰입하는 모습은 솔직히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신뢰회복…글로벌 시장 공략=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난 신한금융은 한동우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리딩뱅크로 거듭나는 기틀을 다진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 회장이 주주총회 등 공식석상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창립 이래 최대 시련을 겪었다. 신한금융그룹을 대표해 고객과 주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첫 마디를 띄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신뢰회복을 기반으로 고객, 주주, 비즈니스 파트너,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 및 니즈 등을 파악, 치열해지는 금융권 경쟁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한 회장은 “금융시장을 보면 매번 비슷한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성장을 위해선 고객의 금융니즈를 파악,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차별화 전략의 첫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 회장 “국내 금융그룹의 경우 전체 수익구조에서 글로벌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데 이를 빠른 시간 안에 1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이미 진출해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화하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첫 방안으로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 자회사 두 곳을 올해 하반기께 합병, 총자산 1조원대의 단일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견고한 글로벌 사업에 대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그룹차원의 글로벌화 전략을 점검하고, 일본·베트남 등 글로벌 거점 시장에 대한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은 민영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농협은행의 새 출범 등 타 은행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신한은 LG카드 인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성장동력발굴에도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신한금융은 금융컨버전스 주도권 확보 및 모바일을 연계한 사업영역을 선점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및 상품·서비스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근 시장 재편 등 경쟁양상이 달라지고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신한금융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강화시켜나갈 것”이라며 “고객 지향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시너지 운영 모델·상품 발굴, 그룹 차원의 시너지 핵심 고객 선정 및 마케팅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 경영진 교체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조직을 추스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신한금융의 최대 강점이자 조직 문화인 이른바 ‘신한 웨이(Shinhan Way)’, ‘신한 DNA’로 불리는 그 특유의 문화는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도 △고객·영업제일주의 △‘무한도전’의 마인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수많은 내부조직이 더욱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유연한 조직 운영 체계를 모색하고, 기업문화, 인적역량 등의 무형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