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들 중 다수가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출마를 찬성하고 나서 당내 ‘손학규 차출론’에 대한 기류가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내 비주류 측으로부터 줄곧 출마 압박을 받아왔던 손 대표는 25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언급, “이런 원칙에 입각해 이달 말까지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출마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내 눈과 귀는 최고위원들에게 쏠려있는 상황이다.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본지가 민주당 최고위원 7명을 대상으로 손 대표 출마에 대한 견해를 직접 문의한 결과,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 5명은 찬성을, 이인영 김영춘 최고위원 등 2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내 경쟁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28일 기자와 따로 만나 “대표가 출마 결심을 굳히면 열심히 돕겠다고 손 대표에게 말씀드렸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해외출장 중인 정세균 최고위원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핵심측근은 “손 대표 결단을 전제로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당내 분위기도 출마 쪽으로 가닥 잡혔다”고 밝혔다. 당내 쇄신연대를 이끄는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대표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만 야당의 당수가 나가는 것만큼 강력한 카드가 어디 있겠나. 두말 할 것 없다”고 적극적 입장을 개진했다. 당내 대선 경쟁자이기도 한 이들은 그간 입을 다문 채 말을 아껴왔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 중인 박주선 최고위원도 이날 통화에서 “결단만 하면 당으로선 환영할 일”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출마하면 선거판이 커지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출마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같은 견해를 밝혔다.
소수지만 여전히 반대기류도 존재한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형식적으로도 지역구를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종로로 다시 분당으로) 자주 옮겨 다니는 건 좋지 않다”며 “대표로서 할 일이 많은데 대안이 없다고 당대표를 내보내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 역시 “선거가 어렵다고 대표 위치를 쉽게 흔들면 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대표를 몰고 강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는 28일 “당대표는 강원도지사와 김해 보선 등 전국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특히 강원도는 손 대표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손 대표의 분당 출마를 반대한다”고 공식적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분당(을) 후보 선출시한을 오는 31일까지로 잡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이날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손 대표로선 대선 지지율도 시원치 않은 상태라 개인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