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이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8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정아 파문에 휩싸인 정 전 총리 관련해 “신정아씨가 다른 사람들은 다 이니셜을 쓰고 정 전 총리만 실명으로 썼다”면서 “본인(정 전 총리)이 ‘교수나 대학의 명예를 손상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대학총장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정아 말과 정 전 총리 말 두 가지를 두고 ‘누구 말을 믿느냐’고 하면 정 전 총리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정 전 총리로부터 촉발된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관련해 “취지 자체는 나쁠 게 없다”면서 “시빗거리도 아닌데 교과서에 있니 없니 해서 문제가 됐다”고 정 전 총리를 거들었다.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 차원에서 제기한 이익공유제를 두고 이건희 삼성회장을 비롯한 재계와 해당 경제부처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며 거듭 정 전 총리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나타냈다.
이 장관은 여권 최대화두로 떠오른 분당(을) 보선 관련해선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 외에 후보가 아예 거론 안 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아무리 우세지역이라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면서 “공천만 하면 한나라당이 이기는 지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세 간 권력투쟁으로 비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보선 자리 한두 개를 갖고 무슨 권력암투가 있겠느냐”며 일축한 뒤, “분당 사람들 자존심에 좀 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당 자존심’에 ‘전직 서울대 총장 및 국무총리’가 접합되는 대목이다.
그는 ‘강재섭 전 대표로는 부족한가’라는 질문엔 “그 말 잘못하면 외국 나가서까지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면서 “누가 되고 안 되고의 차원을 떠나 민주당 공천에 따라 거기에 대항해 이길 사람을 내야 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답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다. 현 상황에서 분당마저 잃을 경우 확산될 위기감과 패배의식은 이 장관의 세력 근간 전체를 휘저을 수도 있다. 특히 박근혜 대세론과 맞물릴 경우 여권의 세력구도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정 전 총리에 집착하는 이 장관의 답답함이 잘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