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사 설땅이 사라진다

입력 2011-03-30 10:01 수정 2011-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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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줄고 인력도 이동...증권사와 합병 불가피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증권사가 선물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선물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자본력과 점포망 등 우세한 영업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는 증권사에 텃밭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 역시 대부분 사정은 마찬가지다. FX마진거래 등 미래먹거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기근과 시장 네트워크 한계 등으로 선물영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시장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업계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은 지난 14일 계열사인 KB선물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겉으로는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지만, 속내는 증권사들이 장내 파생상품을 직접 매매·중개하고 나서자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합병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 우리선물 등 주요 7개 선물사의 2010사업연도 3분기 누적(2010.4월~12월) 세전순이익은 498억원200만원으로 전년동기 657억6200만원보다 2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선물사별로는 현대선물이 18억4800만원의 전년 같은기간 보다 62%나 누적 세전순익이 감소했으며, NH(-61%), 외환(-57%), 유진선물(-24%) 등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선물사들은 다양한 파생상품거래를 위해 모회사인 증권사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즉 선물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계속되는 실적악화로 NH, 유진, 우리, 현대선물 등은 시장에서 모회사인 증권사들과의 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력 이탈 움직임도 선물사의 시름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NH선물에서 인력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급 매니저가 타 증권사 선물영업파트쪽으로 거취를 옮기자, 이를 따라 대부분의 인력이 이동한 것.

증권사 선물영업 관계자는 “선물업 파트쪽은 몸값이 높은 계약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자기고객을 갖고 있는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거취를 옮기면 회사의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역량으로 하루 몇천만원씩 외부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고객기반을 회사차원에서 담당해 왔으면 전문인력 이동시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지만, 각 담당자별로 VIP고객을 담당해왔으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각광받는 달러선물 및 FX마진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해 당장이라도 선물회사를 금방이라도 앞지를 기세지만, 실제 속사정은 다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외부영업이 아닌 자체 계열사물량 해소에 나서고 있고, 위탁부분에 있어 신규투자자 창출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사의 자기 부분 거래는 미국달러선물에서 44%, 3년국채선물에서 165%가 늘어난 반면 위탁 부분 거래 증가율은 각각 21%, 7%에 그쳤다.

파생상품영업팀 한 관계자는“증권사들 중 실제 외부영업을 하는 곳은 키움, LIG, IBK, 신한투자 등 5~6곳으로 추산된다”며“한국투자, 현대, 하나대투 등 대형사들은 현재 자체 자산운용 물량만 처리하는 것에 급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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