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으로까지 비화되며 여권의 심각한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도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심지어 친(親) 이명박계 의원들의 입에서도 ‘대통령 탈당’ ‘레임덕’ ‘불복종’이란 ‘금기어’마저 서슴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극에 달한 대구·경북(TK) 의원들의 불만에 박근혜 전 대표까지 가세할 경우 여권은 또 다시 내전(內戰)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조해진(경남밀양) 의원은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막판에 정치논리로 파기하는 것은 정권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하반기 국정운영에 심각한 권력누수를 초래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무책임한 선거논리나 근시안적인 정치논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에 정치논리를 배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편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28일 대구·경북 의원들의 긴급모임은 이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친이계 핵심으로 특임장관을 지냈던 주호영(대구수성을) 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신공항 백지화는 대(對)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이한구(대구수성갑) 의원은 “대통령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망한다. 이제 레임덕은 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어찌 믿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조원진(대구달서병)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해야 할 당사자는 우리가 아닌 정부와 청와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다. 또 다른 대구의 한 중진의원은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위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지역이 들끓고 있는데 뭐가 높다는 것이냐”면서 “약속을 어긴 책임에 대해 대통령이 탈당을 해서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나라당의 본류인 대구·경북(TK)의 민심이반을 대통령의 책임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박근혜 전 대표마저 대응발언을 예고함으로써 자칫 신공항 혈투는 친이 대 친박, 나아가 수도권 대 영남권의 지역대결로까지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9일 “(정부의) 발표가 나면 그때 (입장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느 한쪽으로 (신공항이) 가야 된다는 편들기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따른 신뢰 차원의 정치를 말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