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후계구도가 내홍을 겪고 있다.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데이비드 소콜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제트기 임대업체 네트제트 최고경영자(CEO)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 사임했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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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버크셔가 97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인수했던 석유화학업체 루브리졸이 소콜의 퇴임 배경이라고 WSJ는 전했다.
소콜은 루브리졸 인수 전인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초에 루브리졸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콜이 지난 1월 루브리졸 인수를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회의적으로 반응했다”면서 “소콜은 루브리졸 인수를 의논했을 당시 나의 반응이 어떨지도 몰랐고 버크셔의 최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콜의 루브리졸 주식 매입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임결정에도 루브리졸 인수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버핏은 과거 소콜이 두 차례 사퇴의사를 밝혔을 때 강하게 만류해 이번 사임은 사실상 경질의 의미라는 평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루브리졸 인수 관련 소콜 조사 여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로펌 슐만 로저스의 야콥 프렌켈 파트너는 “회사 내부관계자가 기업 인수 발표 전 해당기업의 주식을 거래했다는 사실은 SEC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라며 “SEC가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콜의 사퇴로 버핏의 후계구도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소콜은 네트제트 CEO에 취임한 이후 수개월 만에 회사 부채를 19억달러에서 13억달러로 줄이고 비용도 1억달러 가량 감축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동안 버핏의 후계자로는 소콜 이외에 버크셔재보험의 애지트 제인 회장과 미드아메리칸의 그레고리 아벨 CEO, 버크셔가 지난해 인수한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의 매트 로즈 CEO가 거론돼 왔다.
버핏 회장은 후보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후보자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
버핏의 불분명한 후계구도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불만과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