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 징계가 부당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황 전 회장과 비슷한 징계를 받았던 금융권 퇴직 임직원들의 소송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돼 논란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1일 “금융위가 2009년 황 전 회장에게 내린 ‘업무집행 3개월 정지’ 제재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3월 신설된 조항을 근거로 법 제정 이전의 행위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에 무리한 투자 확대로 1조원대의 손실이 났다며 2009년 9월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당시 금융당국은 황 전 회장이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 확대 때 법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단순히 황 전 회장의 징계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고 금융권 안팎에서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장 시절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중징계를 받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도 비슷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 이번 판결이 2008년 3월 이전에 발생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선 징계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만큼 이미 비슷한 징계를 받은 사람들의 소송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아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호소해 왔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무책임한 투자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반발하며 항소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제정 이전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해 왔던 제재이고 법 정비 차원에서 조항이 신설된 것인데 법원이 형식 논리에만 치우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