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씨…‘수도권 대 영남권’점화

입력 2011-04-01 10:57 수정 2011-04-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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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의원들은 계파떠나 ‘한 배’탈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1일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미래수요를 생각할 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재추진돼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국익을 고려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설명에 대한 반론이다. 특히 “유감스럽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을 때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된다”는 말은 ‘신뢰’로 청와대의 ‘결단’에 정면 대응했다.

발언 직후 여권은 또 다시 격랑으로 빠졌다. 일단 청와대는 직접적 대응은 자제했다. 그러나 정무라인의 긴급회의 소집과 “무반응도 반응”이라는 핵심관계자의 언급에서 드러난 당혹감과 불쾌한 심기만은 감추지 못했다.

차기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해야 할 얘기”라며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반박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입지평가단)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익과 (사업) 타당성이 선거공약에 앞서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한나라당도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뚜렷하게 갈렸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신공항) 공약이 잘못됐다면 이를 고백하고 포기하는 게 진정한 애국적 용기이자 지도자의 자세”라고 말했고, 정두언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에게 실망했다”면서 “국가지도자로서 함량 부족을 보여줬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불거진 이후에야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를 반박한다”는 볼멘소리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반면 친박계는 원칙과 신뢰를 무기로 박 전 대표를 적극 옹호하면서 대선공약을 스스로 좌초시키면서까지 영남권을 분열시킨 정부 책임을 집중 성토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대선공약이 국민 마음과 신뢰를 득표수로만 계산했던 것임을 고백한 것”이라면서 “효율성과 경제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원칙과 신뢰의 가치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신공항 사안이 영남민심의 ‘핵’인 점을 감안할 때 세종시, 개헌 논쟁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기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영남권 의원들은 친이·친박이라는 기존 계파에 얽매이기보다 민심과 결합한 박 전 대표와 함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이 백지화를 이유로 정부와 등을 돌렸고, 현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도 “대통령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구의원들의 성명에 가담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내전은 수도권 대 영남권으로의 확전이 불가피하고, 한나라당의 본류가 영남인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표가 한발 앞서있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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