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기자의 게임이야기]‘삼국지천’이 진정한 종결자 되려면

입력 2011-04-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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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MMORPG 답습하지 말아야

최근 한빛소프트의 김기영 대표가 직접 이름을 걸고 게임 개발 프로듀서로 합류해 관심을 받은 ‘삼국지천’이 조용한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삼국지천은 T3엔터테인먼트가 4년의 개발기간과 16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게임이다. 삼국지의 핵심 영웅들인 유비, 조조, 손권을 비롯 113명에 달하는 영웅들의 스토리를 모토로 개발됐다.

처음 삼국지천을 직접 플레이 해보기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다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점이었다.

이 게임에서 강조하는 것은 파격적 전쟁시스템이다. 많은 온라인게임들이 초기 볼거리의 화려함에 빠져들게 하다가 단기간에 콘텐츠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삼국지천은 25레벨을 지나가면서 위·촉·오 삼국간의 전쟁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는 것이 한빛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삼국의 군주가 만들어지고 직접 전쟁에 참여해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경우 삼국의 대립이라는 흥미진진한 세계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오’ 나라를 선택해 캐릭터를 정하고 본격적인 퀘스트를 수행해보았다. 퀘스트를 수행하게 되면 보상으로 일반 사냥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레벨 업이 빨랐다. 또 한빛소프트의 자체 엔진을 사용해서 인지 ‘저사양’ 게임이라 잘 구동됐다. 특히 퀘스트의 동선이 일일이 표시되고 조작방식이 간편해 처음 MMORPG를 접하는 초보 유저들이 혼자 게임을 즐기기에 쉬운 측면이 있다.

1인 인스턴스 던전에서 몬스터를 본격적으로 사냥하게 되는데 20마리 정도 잡으면 경험치가 쌓였다. 오나라의 탈것인 멧돼지를 탄 채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요소다.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 게임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냥을 하다보면 영웅게이지가 차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캐릭터에 해당하는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 때 자신의 캐릭터가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다만 레벨이 낮을 경우 변신시간이 짧으므로 적에게 둘러싸이는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용해야 한다.

영웅으로 변신하면 ‘논타겟팅’ 형태로 바뀌고 스킬 또한 해당 영웅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유저들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삼국지천은 삼국의 대립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국가의 유저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하다보면 언제 어디서 적국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 단순히 사냥만 반복하는 게임과는 다르다.

문제는 레벨이 낮을 경우 적국에서 공격해 들어오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 다른 나라 유저들의 공격을 받아 캐릭터가 죽게 되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유물 아이템도 사라진다.

삼국지천에는 총 128개의 유물 아이템이 있는데 3국으로 나뉘고 또 8개의 캐릭터로 나뉘면 한 서버당 소유할 수 있는 아이템이 희소해진다는 점도 재미를 배가시킨다.

유물 추적기 아이템은 자신이 갖고 싶은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위치를 표시해준다. 다만 유물을 보유하면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또 유물의 위치를 추적한다고 해도 같은 나라면 공격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물 아이템을 보유하면 너무 강력해지니 공격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삼국지천은 삼국지의 세계관을 계승했지만 모티프만 가져왔을 뿐 기존 MMORPG와의 차별성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25레벨까지의 단순 반복적인 사냥이 원인일 수 있다.

누구나 관우나 장비가 되고 싶어 하지만 다 관우, 장비, 조조가 된다면 삼국지 자체의 재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삼국지천이 ‘삼국지 종결자’가 되려면 ‘열린 삼국지’,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삼국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게임 속에 구현해 내야 한다. 기존의 게임의 틀을 답습하지 않고 진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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