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개막된 서울모터쇼에서 쌍용차 프레스 브리핑에 나선 이유일 대표이사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난해 가을부터 지리하게 끌어온 M&A작업이 종료됐고 인수 주체인 마힌드라와의 향후 협약도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야심차게 준비한 전략 차종 코란도C도 성공리에 출시행사를 마쳤다.
직원들의 급여조차 줄 수 없었던 차 회사에 자리를 옮긴 그는 2년여만 에 회사를 정상화 기틀 위에 올려놓았다. ‘쌍용차의 열정과 미래’를 강조하는 대목에선 특유의 자신감과 뚜렷한 어조로 주변을 압도했다.
◇쌍용차 법정관리 졸업의 주역= 쌍용차는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마힌드라와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도약, 앞으로의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무엇보다 쌍용차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확답도 얻어냈다.
GM대우가 한국GM으로 바뀌면서 대우라는 브랜드가 사라졌고 삼성차는 르노삼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쌍용차는 고유의 브랜드 네임을 고수하며 정체성을 유지하게 됐다.
쌍용차 회생의 중심에는 지난 2009년 2월 법정 공동관리인으로 시작해 지난달 15일 CEO에 선입된 이유일 대표이사가 서 있다.
지난 2009년 2월, 쌍용차 채권단은 협력업체, 납품업체 등 400여 업체로 구성된 쌍용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회생작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박영태 당시 쌍용차 기획재무 부본부장과 함께 내·외부인사 각 1명씩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 회생절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채권단과 비대위는 치밀하게 외부 인사를 물색한 끝에 이유일 전 현대자동차 해외담당 사장을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업계 안팎의 이견이 없을 만큼 그는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 사장은 지난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후 현대차 캐나다법인장과 미국법인장 등을 거치며 국제감각을 키웠다. 이후 기획본부장과 해외부문사장 등으로 활동하며 현대차는 물론 자동차 산업의 지난 30년을 지켜본 산증인으로 통한다.
◇한국 차산업 30년의 살아있는 역사=모터쇼 개막 이튿날인 지난 1일 쌍용차는 지난 3월 판매실적에서 3년여 만에 최대실적을 거뒀다. 3월 한달 동안 내수 4677대, 수출 5713대(CKD 포함) 등 총 1만390대를 판매했다. 전월 대비 53.4%, 전년 동기 대비 81.5% 증가한 실적이다.
마힌드라와 손잡고 새롭게 출발하는 쌍용차가 본격적인 정상화를 향한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괄목할 만한 3월 실적은 3년 2개월 만이었고 쌍용차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쌍용차에 몸담은 이후 급속한 변화나 진보적 개선보다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 왔다.
쌍용차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했고 법정관리와 매각작업을 이어오면서도 언제나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일관성으로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낸 경영자가 이유일이다.
이유일 대표는 지난 3월 15일 마힌드라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정관리를 졸업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 없어진 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 대표이사라는 책임이 뒤따르는 만큼 회사를 정상화에 올려놓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또 “올해 12만1000대 판매계획을 잡았다. 내수 5만6000대, 수출 6만5000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신중함이 가득한 행보다.
◇ 신중한 개혁과 뜨거운 열정 앞세워=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코엔카 사장은 지난달 15일 간담회를 통해 쌍용차의 브랜드 정체성과 향후 전략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여러번 강조했지만 쌍용차는 한국인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로 남을 것”이라고 밝힌 것.
연간 2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쌍용차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마힌드라는 여러 가지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공동관리인에서 새 CEO로 선임된 이유일 회장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SUV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새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회사는 본격적인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조급한 정상화보다 단계적인 성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이사의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