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의 측면에서 보는 게 옳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이후 과학비즈니스벨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입지 문제가 또다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는 데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은 명료했다. 대형 국책사업은 철저하게 국익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선거라는 특수 국면에서 했던 (공약)얘기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지키는 것이 ‘신뢰다’라고 일도양단(一刀兩斷)적으로 개념정의를 해버리면 앞으로 감당하지 못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오 시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당초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는 보다는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치권 화두로 전면 등장한 ‘무상급식’을 놓고선 ‘투사’의 모습까지 엿보였다.
▲중간결산을 해보면 우리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 있는 가장 극심한 여소야대 형상이다. 새로운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가는 모색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돼간다는 느낌이다. 지난 9개월간 정무(政務)하면서 6개월간 정도는 서울시가 모든 걸 양보하면서 대화와 타협, 내 입장에서는 시의회에 투자하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 지속된 3, 4개월은 한계를 설정하는 시간이었다. (한나라당이)소수 정당이지만 이 정도 수위 이상이 되면 도저히 수인(修因)할 없는 한계가 어디까지다를 설정해서 보여준 기간이었다. (시의회가)다수의 위력을 갖고 도에 지나친 요구를 하고 (무상급식 등)무리하게 (조례 등을)관철시킬 수 있겠지만 시민설득과 시행정부, 집행부를 강제로 끌고 간다면 확실히 무리가 따른다는 일정한 선, 경계선이 생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의미 있었던 모색기로 생각한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시의회와 충돌하면서 오 시장의 정치력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상한가 폐지 등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어떻게 보는가.
▲대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120%공감한다. 다만 취득세율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춘 게 3~4년째로 그 동안 거래건수도 세수도 줄었다. 1조원이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취득세는 세원의 4분의1에 이르고, 경기도는 절반 정도의 세원이다. 이런 세원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면 (정부 입장에서)지자체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취득세 인하를)반복적으로 한시적으로 하게 되면 (서울시정이)예측가능하지 않다. 지방소비세 5%를 지자체들이 15~20%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는 게 근원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정부가)그렇 게 해주고 싶지 않으니 1년씩 (취득세 인하를)연장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재부 생각이 근원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 입장에서 전월세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큰 원류는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결국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해법을 찾는다면 천상 공급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전세가 됐든 임대 가 됐든 서울시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왔던 정책이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다. (서울시는)지난 4년 동안 1만5000가구 공급했고, 민선 5기 때는 2만5000천 가구 정도 공급하면 6만5000천 가구 정도 된다. 앞으로 10년, 20년 꾸준히 가게 되면 상당한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국회가 오 서울시장이 주도해 만든 정치자금법 개정안(일명 오세훈법)을 재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견해는.
▲서글프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 생각이 든다. 어떤 변화의 욕구에 직면해서 개선을 했다면, 그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개선 한 것이다. 변화된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순 있다. 시행과정에서 시행착오 그 자체를 보완하는 용도에 그쳐야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옛 제도를 다시하자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큰 틀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지금 불거지고 있는 ‘청목회’건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맞다. 소액 후원금제도를 포기하고 다시 고액 후원금제도로, 혹은 기업 후원이 가능한 형태로 다시 돌아가는 형태는 맞지 않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LH이전 문제도 국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어떤 집단, 어떤 사람이든 국익차원에서 생각하지 않고 지역적인 이해관계에서 판단해야 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당장은 모두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긴 틀에서 역사적인 안목을 갖고 조망해보면 해답은 나오는 것이다.
-‘신뢰’라는 가치도 고려돼야 하는 게 아닌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의 측면에서 보는 게 옳다. 선거 때 되면 무리한 국책사업이나 큰 사업을 공약하는 정치인도 문제지만 그렇게 안하면 안 되는 사회 분위기도 극복해야 할 문화 중에 하나다. 선거라는 특수 국면에서 했던 (공약)얘기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지키는 것이 ‘신뢰다’라고 일도양단(一刀兩斷)적으로 개념정의를 해버리면 앞으로 감당하지 못할 일이 많을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선시장으로 취임한지 9개월이 지났다. 굉장히 한국적인 상황인 것 같다. 새롭게 지자제장으로 취임한 사람을 그 해부터 바로 몇년 뒤나 있을 대선에 주자로 반열에 올려준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언급을 최소화하고 (대선 언급을)안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시대흐름이 ‘복지’라는 데에 동의하는가.
▲지난 3년 남짓한 기간 이명박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펴면서 성장에 무게중심을 둔 경제운용을 해왔다. 경제위기를 겪다보니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고, 그러다보니 배려·보살핌·복지·균형 이런 화두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하나로 꿰는 선거용 정책도구로 선정하다보니 그게 ‘복지’라는 화두로 초점이 모아진 것이다. 경제성장 없는 분배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균형’을 맞추는 화두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 선거 때만 하더라도 경제만 해결되면 만사 해결될 거 같은 사회분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게 아니다. 경제성장은 하더라도 혜택이 고루 미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학습했다. 내년 총·대선에서는 복지가 화두가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무형의 가치’ ‘국가적 가치’를 추구하는 형태로 바뀌어가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프로필】스타 변호사에서 최초의 재임 서울시장 오세훈
스타 변호사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1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최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최초의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 대표를 지내며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개혁 입법을 주도했다. 17대 총선 직전 돌연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대중적 인기를 몰아 ‘보랏빛 강금실’ 대항마로 급무상한 오 시장은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지방자치제 도입 뒤 최초의 40대 민선 시장이 됐다.
▲서울출생(61년생) ▲대일고 ▲고려대·대학원 ▲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 ▲16대 국회의원 ▲한나라 ‘미래연대’ 공동대표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 ▲서울시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