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캡틴]김연석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장

입력 2011-04-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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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현장 누비는 '맥가이버'.. 직원과 通 했더니 신뢰가 '팍팍'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장 김연석 전무. 현장의 맥가이버에서 이제 모든 직원과 공장을 책임지는 현장의 캡틴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 자전거를 한대 샀어요. 오후 3시 정도 되면 일도 잘 안 되잖아요. 자전거를 타고 공장 한바퀴를 도는 거죠. 직원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게 문제긴 하죠.”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김연석 공장장(전무)은 영락없는 현장체질이다. 청바지와 청색 자킷을 입은 젊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모습에서 현장의 냄새도 물씬 풍겼다.

작은 정전기에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의 특성 때문에 공장 근무자들은 정전기 방지에 효과적인 데님소재 청바지를 주로 입는다고 한다.

“공장장이 되기 전엔 맥가이버란 별명도 있었죠. 주머니에 온갖 도구들을 넣고 다니며 수리하고 다닌 때문이죠. 군대시절에는 항공기 정비를 했어요.”

김 공장장은 한화케미칼 현장의 산 증인이다. 인생의 반 이상인 31년을 여수공장에서 근무했다. 울산공장에서 부공장장으로 근무한 2년을 포함하면 현장 경력은 33년이 넘는다.

중앙고, 연세대 화공과를 졸업한 그는 엔지니어로서 뛰어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7년 여수 공장장 자리에 오른 후 저밀도폴리에틸렌 증산, CA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원만한 노사 관계를 유지하고 있

는 것도 김 공장장의 공이 크다. 홍기준 사장이 강조하는 현장밀착 경영을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화케미칼 노사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홍기준 사장이 지난 2006년 취임한 후 한달에 한번씩 현장에 내려와서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홍 사장은 한번 내려 올때 마다 두개 팀 현장 근무자들과 면담하고 그날 저녁에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현장 근로자의 마음을 여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현장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김연석 공장장도 현장 근무자들과의 소통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소통이 있어야 신뢰가 쌓이고 그래야만 공장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하루에 3~4개 팀 씩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눕니다. 그들의 에로사항을 들은 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해주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신뢰가 쌓였죠.”

그렇다고 공장장이 슈퍼맨인 양 모든 일을 다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공장장이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팀장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검토해 볼테니 팀장에게 먼저 얘기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죠.”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신뢰는 더 쌓여갔다.

지난 1월, 새해를 맞아 첫 출근 날에는 모든 직원 중 가장 먼저 공장 정문에 도착해 출근하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우수 인력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지방에 위치해 있고 공장 안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남성보다 이성교제의 가능성이 적은 게 사실이다. 이같은 이유로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고 직원들의 고민도 쌓이고 있던 것.

이를 위해 김 공장장은 최근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여수공장 직원 중 미혼 남성 13명을 최근 결혼정보업체 D사에 단체로 가입시킨 것. 이들은 회사 측에서 가입시켜 준 것.

김연석 공장장은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보니 엔지니어 모집이 관건”이라며 “지방에 있어서 안올라오려고 하다 보니 이같은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공장장은 이미 가입한 13명의 반응이 좋을 경우 결혼정보업체 가입 직원 수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또 신경쓰는 부분은 직원들의 부인이다. 일년에 한 번 그녀들을 강당에 초청해 남편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고 직접 일터에 가 볼 수 있게 해준다.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야 집에서 대화도 원활히 할 수 있고 가정 화목해 진다는 것. 이같은 그의 아이디어는 과거 경험도 한 몫했다.

“현장근무를 결혼과 거의 동시에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6시에 나와서 저녁 8시에 퇴근하고 일요일도 없이 나왔죠.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집사람이 저를 불러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3개월간 내가 한 말은 시장에 가서 ‘얼마에요’, ‘깎아줘요’밖에 없었다고요.”

그는 현장의 캡틴으로서 직원들에 항상 하는 말이 있다. 5%를 향상시키겠다 목표를 갖고 있다면 달성이 불가능하지만 30% 목표는 가능하다는 것.

“목표를 작게 잡으면 생각도 작아집니다. 예를 들어 생산량을 5% 높이기로 한다면 뭔가를 조금 더해서 늘리거나 원가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그치겠지만, 30%로 잡으면 무언가를 바꾸는 등 더 깊은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죠.”

그는 미래 공장장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도 던졌다. “애인이 서울에 있으면 안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서울에서도 근무할 수 있지만 엔지니어로 크기위해선 공장에서 시작하는게 맞습니다.”

김 공장장은 현장 근무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공장에만 있다보니 소셜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걸 느낍니다. 친구들도 잘 못만나고 가끔 만나도 화젯거리가 다르죠.”

그래도 그는, 언제나 현장의 캡틴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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