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소급적용 못 믿겠다"...부동산 시장 대혼란

입력 2011-04-06 10:36 수정 2011-04-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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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권에서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한 한모(57.여)씨. 그녀는 3.22거래활성화 대책 발표와 동시에 지난달말 입주계획을 법 개정 이후로 미뤘다. 취득세 인하가 확정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잔금을 치루겠다는 것이다.

한 씨는 "분양가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라서 취득세를 350만원이나 아낄수 있다. 굳이 잔금을 치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자체 반대로 취득세 인하가 무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용산 이촌동 L공인 박모(48.남) 대표는 3.22대책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지난달말 계약직전까지 갔던 2건의 아파트계약 건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취득세 인하가 이슈로 등장하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일단 지켜보자며 계약을 틀었던 것이다. 박 대표는 "적용시점이나 소급여부 등은 불투명하다보니 다들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취득세를 원점으로 돌리면 국민들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3.22대책을 통해 정부가 취득세 인하를 선언했지만 적용 시기는 물론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해지자 아파트 계약자들이 입주를 미루는 등 부동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취득세율 감면 조치를 소급 적용할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의 반발로 관련 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입주자들은 취득세 감면이 확정될 때까지 잔금을 낼 수 없다며 입주를 미루거나 아파트 계약을 꺼리고 있다.

6일 건설ㆍ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22일 이후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물어보는 전화가 건설사와 일선 중개업소에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를 공급한 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감면 이야기가 나온 다음부터 문의가 엄청나게 많다. 직원 1인 당 하루에 5~6통씩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라며 "소급적용을 한다고 하지만 법안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잔금을 치를 돈은 충분히 있는데 지금 내도 되는지 고민이다. 만약 분양가의 99%를 내고 1%만 나중에 내면 잔금 납부 시기를 언제로 봐야 하나"는 등의 질문을 해온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보통 잔금 납부일을 기준으로 바뀐 취득세율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극히 소액만 남기고 나머지 금액을 이미 지급한 경우에는 잔금을 납부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잔금 완납의 기준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정부 정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잔금을 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건설업체 B사 측은 전했다.

실제로 잔금을 다 내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입주 예정일을 최대한 미루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설업체 C사가 모 지방광역시에 지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한 시민은 지난달 말 입주하기로 해놓고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법이 개정된 다음에 입주하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취득세율이 현행 2%에서 1%로 바뀌면 분양가 3억4000만원짜리인 이 아파트의 취득세가 68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C사 측은 취득세 감면 조치가 3월22일자로 소급 적용된다는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즉시 입주를 권유하고 있지만 입주 예정자는 법안이 통과돼 최종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잔금 납부를 미루는 입주 예정자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많이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입주 지연에 따른 이자를 물더라도 잔금을 남겨놓고 취득세 납부납부 기준시점을 끌어보려는 계약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도 대출관련 민원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을 받은 아파트 수분양자가 돈을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입주를 하려면 아파트를 담보로 한 잔금 대출로 전환해야 하는데 곧 입주하려고 대출 전환을 신청한 입주 예정자들조차 소급적용 약속을 믿지 못하고 최종 사인을 미루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지방 모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업체 D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전환하려고 대출자서를 해놓고도 기표를 미루는 입주 예정자들이 무려 30%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최소한 절반은 취득세 감면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국회와 정부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김 소장은 "지자체 반발까지 겹쳐 법안이 어떻게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빠른 시일내 결론을 내지 않으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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