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10일 국내 금융사 채권 딜러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3%로 인상됐지만 채권금리는 오히려 0.12%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3.71%를 기록했다.
실제로 2009년 2월 기준금리가 2%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1%포인트 올랐지만 채권금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 7월 3.94%였던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5일 기준 3.69%로 0.2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정착 채권시장의 중장기 금리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선 한은의 통화정책 약발이 안 먹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화정책은 크게 채권금리와 예대금리·환율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지만 이중 채권금리를 통한 경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통화위원 사이에서도 자성의 말이 터져 나올 정도다. 최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물가가 4%를 넘은 것은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큰 위협”이라면서 “정책 실기의 책임은 금통위가 져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도 이상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예금금리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은행들이 최근 예금금리를 낮췄다. 예컨대 이번 주 산업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6%로 지난달 초에 비해 0.15%포인트가 하락했다. 실세회전 정기예금 금리와 연금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3.53%와 3.68%로 한 달새 0.07%포인트씩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선 이같은 현상이 한은의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치솟은 물가에도 금리인상에 인색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성향상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시장은 예단해버렸지만 그 기대가 깨지면서 시장의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1년 가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 약발이 안먹힌다는 것으로 중앙은행의 존재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만큼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