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반(反)기업 정책을 경쟁하듯 내놓는가 하면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 정책 협조를 강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하자 정부는 석유가격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유업계 흠집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별다른 책을 잡지 못하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성의 표시’를 요구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랜 관행을 담합으로 몰아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정유사들이 리터당 100원을 내리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좌파적 정책을 내세워 정치권과 정부의 반발을 받았으나 아직 진행형이다.
공정위는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평가 대상 대기업 56곳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고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지원 내용에 대해 평가하겠다고한다.
여기에 국세청과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세우고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오리온 비자금을 수사한다며 오너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고, 국세청은 동국제강을 비롯해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이 낙제점은 면했다고 발언한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계열사 3~4개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복지부는 약값을 낮추겠다며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련 조사에 나섰다.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은 ‘변호사 일자리 만들어 주기’로 지적받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시행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하겠다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반시장적이고 독재적인 행태는 시장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큰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가 지난해 말 투자하지 않고 쌓아 놓은 돈(유보금)은 316조4000여억원에 달한다.
기업인의 의지를 꺾어 투자를 못하게 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