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오리온 비자금 의혹 '미술품창고' 확인

입력 2011-04-06 16:45 수정 2011-04-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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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유통 경로 추적…고가 미술품 매매경위 조사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그룹 측이 '미술품 창고'를 별도로 만들어 고가의 그림을 다수 보관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그림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는 이 창고에는 그룹 측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미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화랑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 수십여 점이 보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미술품은 대부분 수억 원대이며 일부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 초 두 달간의 내사 과정에서 그룹 측이 그림 창고를 운영해 온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22일 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8~9곳을 압수수색할 때 그림 창고도 뒤져 압수한 미술품 거래 전표와 실제 그림이 일치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온도, 습도에 민감한 고가의 그림을 따로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이들 그림을 압수하지 않고 사진으로 찍어 증거물 목록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07년 엔터테인먼트 분야 계열사인 M사가 복합영화상영관을 매각한 뒤 받은 대금 1500억여원 중 일부로 수억 원대의 그림 여러 점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해 매입 배경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그룹 비자금 조성의 또다른 창구로 의심받는 성북동 해봉갤러리가 그룹의 미술품 창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에 위치한 이 화랑은 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가 2005년 설립했다가 3년 뒤 문을 닫았으며, 현재는 I사의 서울사무소로 쓰이고 있다.

검찰은 해봉갤러리에 보관하던 일부 그림이 2008년 이후 그룹의 미술품 창고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미술품 거래를 배후에서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는 그룹 고위 임원 조모씨와 창고 운영 실무직원 등 관계자 개인계좌와 계열사 법인계좌를 추적해 그림 매매 대금의 흐름과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와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등을 조만간 소환해 '청담 마크힐스' 건축사업 과정에서 40억여원의 사업비를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창고에 보관된 그림의 성격과 매매 경위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오리온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40억원대의 횡령과 탈세, 미술품 위장 거래 등의 혐의가 포착돼 작년 8월 고발됐으며,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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