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하루종일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과학벨트 분산배치 관련 긴급간담회’(자유선진당) ‘LH공사이전 관련 전북의원 기자회견’(민주당) 등등. 이날 하루 국회는 과학벨트와 토지주택공사(LH) 쓰나미로 초토화 됐다. 의원들은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분주했고, 막말과 원성이 들끓었다.
#1.오전 9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대전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은 “과학벨트 사태가 대통령의 인품까지 번져나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성토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무성 원내대표가 “말이 너무 지나치다. 함부로 하고 있어”라고 경고했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안상수 대표도 “자기 지역 얘기만 하면 왜 최고위원 하냐. 사퇴하라”며 쐐기를 박았다.
#2.오전 9시45분, 국회 정론관에 민주당 전북의원 9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LH 분산배치 원칙을 어기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며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백브리핑에서 나왔다. “이재오 장관 루트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LH를 통째로 뺏기면 정권을 통째로 가져오겠다”며 그들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3.오전 10시30분, 선진당 대표실. 이회창 총재는 목이 타는 듯 연신 물을 들이켰다. “필요하면 대표직을 내놓겠다. 충청권은 모욕과 불신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뜻이 같은 정당과 합당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기자를 붙잡고 “오늘 같이 센 발언들이 많이 나오긴 처음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4.오전 11시,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가 오랜만에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의 손엔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문’이 들려있었다. 심 대표는 “과학벨트는 지역 달래기 사업이 아니다”라며 “선거에 이용당하는 대상으로 폄하되고 있는 상처받은 충청인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5.오후 5시, 신공항 백지화 때 맹비난을 퍼붓던 민주당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학벨트 분산배치는 호남 기반인 민주당에겐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전현희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브리핑하기가 좀…. 아마 하지 않을거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경북지역에 배분하는 것은 ‘형님벨트’로 만드는 것”이라고 혹평했으나, 다른 한 축인 전남.광주는 거론조차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