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개월] 국내 산업계 희비 엇갈려

입력 2011-04-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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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여행·항공업계와 일본에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정유업계와 식품업계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여행·항공·중소부품 '직격탄' = 10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은 26만7천여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6%가량 감소했다.

일본인들의 여행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무엇보다 비즈니스나 유학보다는 관광 수요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일본인 모객(인바운드)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여행업계의 피해가 심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상위 15개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를 조사한 결과, 대지진 직후인 지난달 12일부터 17일까지 총 7천70명의 일본인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감소세는 한 달이 지나서도 계속돼 작년 인바운드 1위 업체인 HIS코리아의 4월 둘째 주 일본인 모객실적은 작년 동기 623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76명이었다.

항공업계 역시 일본 노선 수요가 큰 폭으로 떨어져 수백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 3월 평균 탑승률은 7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포인트나 떨어졌다. 여객 수요 감소폭이 큰 아오모리와 아키타, 하코다테, 오이타, 나가사키 노선은 4월 한 달간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센다이와 이바라키, 후쿠시마 노선을 이달 말까지 운행을 중단했다. 3월 일본 노선 탑승률은 작년보다 17% 뚝 떨어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일본에 기계부품 등을 수출하는 업체의 피해가 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 등에 피해 신고 약 300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수출업체의 비중이 70%이상을 차지했다.

일본 거래처에서 주문을 취소·연기하거나 주문량을 줄이는 경우가 잇따랐고 대금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운송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았다.

상시근로자 100명 미만 업체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할 만큼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식품 '반사이익' = 정유업계는 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업종으로 꼽힌다.

JX니폰오일과 코스모오일 등 일본의 대표적 정유사들이 큰 피해를 보면서 역내 수급이 불안해져 휘발유와 경유, 벙커C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 이후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은 전달보다 배럴당 10달러 가량 상승했다.

정유시설 파괴로 자체 석유제품 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일본으로의 직접 수출이 늘어난 것도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할 만하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대지진 이후 일본에 26만~15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거나 수출할 예정이다.

식품업계도 규모로는 그리 크지 않으나 반사이익을 얻었다.

즉석 조리가 가능한 식품과 생수를 중심으로 그동안 미미했던 대일본 수출량이 2~3배씩 늘었을 뿐 아니라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은 라면 수출액이 3월 750만달러로 2.5배 늘었고 석수와퓨리스의 '석수'와 CJ제일제당[097950]의 '미네워터'도 평소보다 2~3배 더 수출됐으며 동원F&B의 김 수출액도 작년보다 2배 늘어 16억원이었다.

◇반도체·자동차 단기영향 미미..장기 이익 가능성 = 전자업계는 부품 구입처 다변화와 기본 재고로 당분간 수급 차질은 없으나 일본의 '계획 정전'과 그에 따른 전자 제품·부품의 생산량 변화가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부품 거래 업체가 여러 국가로 흩어져 있고 휴대전화 부품의 대일본 수입도 미미해 각종 제품 생산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도 일본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회로 부품, LCD, 모듈 등을 공급받고 있지만, 피해 협력업체의 조립 라인이 대부분 다른 아시아 국가에 있고 생산에 필요한 기본 재고를 확보해 당장 수급에 영향이 없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업계는 일본 내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 구매처가 한국 업체로 눈길을 돌리는 게 사실이어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 등의 공통된 분석이다.

자동차업계는 단기적으로 일부 완성차 업체가 부품 공급 차질로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피해보다는 일본업체들의 가동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 큰 편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은 생산량이 20%가량 줄었는데 감산이 5월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으며, 한국지엠은 중단됐던 잔업을 재개했으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다시 감산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중이 1% 미만에 불과한데다 2~3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아직 생산 피해는 없고 일부 수급 차질이 가능한 도료도 재고가 충분해 큰 문제는 없다.

국내 조선소는 대지진으로 스미토모금속 등 일부 제철소가 피해를 입어 후판 공급에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으나 양이 적은데다가 이달 초부터 대부분 정상 가동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후판을 공급받고 있다.

게다가 원전 사태로 향후 LNG선 발주가 크게 늘어 국내 조선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공급 차질로 대체에너지 공급 문제가 대두됐고 일본뿐 아니라 세계각국의 원전건설 차질로도 연결돼 향후 LNG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진으로 일본 철강사가 피해를 당한데다 전력난까지 겹쳐 일부 감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국내의 열연, 후판, 선재 사용 업체를 위해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제품 증산 요청을 받고 있지만, 당장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매출 등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도 당장의 매출 변화는 없지만, 일본의 철강재 생산 차질이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고 하반기부터 후판 등 지진 피해복구용 철강재 수요가 점증할 것으로 예상돼 증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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