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벚꽃, 고즈넉한 산골 "봄손님 오셨네'"

입력 2011-04-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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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 보곡산골

▲금산 보곡산골의 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스럽다. 4월 중순을 넘으면 흐드러지는 보곡 산벚꽃은 요란하지 않은 아늑한 풍경을 자아낸다.(사진제공=금산군청)
벚꽃도 '삶터'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진해, 하동을 수놓는 벚꽃들이 풍성하고 화려하다면, 산골에 피어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스럽다. 4월의 중턱을 넘어서면 충남 금산군 군북면 보곡산골에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깊은 오지마을에서 꽃망울을 터뜨려 사람들의 손때가 덜 탄 산벚꽃은 요란하지 않은 아늑한 풍경이다.

군북면 보곡산골은 산이 수려한 금산의 서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다.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약 903.7m)은 추부와 군북을 경계 짓고 금산과 옥천을 가르는 울타리의 성격이 짙다. 보곡산골은 서대산 아래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등 3개 오지마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명명된 이름이다. 3월초까지 얼음이 얼고 고랭지 농업이 성한 마을은 4월이면 그 색을 바꾼다. 동네를 에워싼 산자락에 산벚꽃이 피어나며 희고 붉은 꽃세상이 열린다.

보곡산골은 국내 최대의 산벚꽃 자생 군락지중 하나로 600만㎡의 산자락에 산꽃들이 피어난다. 산골의 주연은 벚꽃이지만 조팝나무, 진달래, 생강나무 등도 뜻 깊은 조연이 된다. 보곡산골에서 남쪽 고개를 넘어서면 조팝나무의 군락지와도 연결된다. 산골이라 기온이 4~5도 낮은 탓에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 역시 타 지역보다 한 템포 늦다. 만개한 꽃에 대한 아쉬움에 한 숨 지을 무렵에야 이곳에서는 꽃 잔치가 수줍게 소식을 전한다.

보곡산골로 향하는 열두 굽이 비들목재에서부터 봄꽃 향기는 완연하다. 마을에 닿기 전 보곡산골을 알리는 아담한 이정표가 길손을 반긴다. 굽이치는 꽃길을 따라 접어들면 보곡산골의 중심마을인 산안리(자진뱅이마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열리는 보곡산골 산꽃축제의 주무대는 산안리 일대다. 마을 뒤 산자락을 따라 비포장 임도가 조성돼 있고 그 길을 걷는데 서너시간이 소요된다. 길 중간 중간에는 ‘봄처녀 정자’, ‘보이네요 정자’ 등이 방문객들의 오붓한 그늘이 된다. 힘든 다리를 쉬게할 벤치도 곳곳에 준비돼 있고 삼백년 세월을 간직한 기품 있는 소나무도 눈길을 끈다.

임도에 접어들면 고요한 꽃천국에 발을 딛는 기분이다. 산벚꽃은 왕벚꽃만큼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초록 안에서 제 빛깔을 낸다. 아스팔트와 어우러진 벚꽃이 아니라 짙은 황토와 녹음과 함께한 꽃들이라 더욱 싱그럽다. 요란한 벚꽃마을에서 흔히 겪게 되는 노점상들의 호객행위가 없는 것도 반갑다. 간식을 싸 들고 정자에 앉아 산골 정취에 어우러지면 청량한 공기와 상큼한 꽃향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산골 나무 아래에서 다람쥐, 토끼를 보고 시냇물에서 가재를 만나는 것도 흥겨운 체험이다. 보곡산골에서는 산나물, 버섯 뜯기 외에도 야생화와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보곡산골은 2005년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됐으며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자연치유학교로도 지정돼 있다.

보곡산골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금강을 따라 달리면 이번에는 굽이치는 물줄기가 길벗이 된다. 금강 물줄기는 부리면 수통리로 이어진다. 수통리는 어죽과 적벽강으로 유명한 곳이다. 전라북도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이곳 수통리에 다다르면 웅장한 기암이 절벽을 이루며 붉은 빛을 띤다. 이 절벽으로 이뤄진 산이 적벽이고 그 아래에 흐르는 금강이 적벽강이다. 길이 막힌 바위절벽 너머는 옛날부터 약초꾼들만 찾아들던 곳이다.

‘약초 고을’ 금산에서도 귀한 약초들은 이곳에서 많이 나왔다. 수통리 아래 도파마을은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장금이가 수라간에서 밀려난 뒤 약초재배를 하며 의녀의 꿈을 키우던 곳으로 촬영세트장이 아직도 보존돼 있다.

금산의 깊은 산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면 남이면으로 향한다. 금산은 전체 면적의 71%가 임야로 구성된 땅. 특히 금산산림문화타운이 위치한 남이면 건천리 일대는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잘 보존돼 있다.

금산산림문화타운은 남이자연휴양림, 금산생태숲, 느티골 삼림욕장이 위치한 생태 종합휴양단지로 하룻밤 쉬어가며 금산의 깊은 숲을 감상하기에 적소인 곳이다. 선야봉으로 뻗은 등산길과 청정계곡은 봄이 오면 오붓함을 더한다. 곳곳에 삼림욕을 할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됐으며 깔끔하게 하루를 묵어 갈수 있는 숲속의 집도 고즈넉하다. 숲속의 집 바로 앞에는 냇물이 흐르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금산 산림문화타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금산 생태숲으로 숲체험과 생태학습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생태숲 학습관에서는 금산 숲의 아름다움을 입체영화로 만나 볼 수 있으며 금산의 식생에 대한 흥미 넘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만져보는 숲’, 금산의 다양한 약용식물을 모아놓은 ‘약이 되는 숲’ 등 다양한 테마 숲들을 거니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과 11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로 명성 높은 '보석사' 전경.
남이면의 또 하나의 ‘보석’은 보석사다. 진악산 기슭의 보석사는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과 11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로 더욱 명성 높은 곳이다. 보석사라는 이름은 절 앞산 중턱에서 금을 캐내 불상을 주조했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는데 속세와 맞닿은 사찰은 한적한 전나무 산책로만으로도 아늑함을 더한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여행자들의 마지막 종착점이자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금산읍내 금산인삼약령시장이다.

금산읍 중도리 일대에는 1600 여개의 약초, 인삼 가게들이 어울려 거대한 상권을 이루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이곳에서 거래되며 시장에서 팔리는 약재만 500여종이나 된다. 금산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인삼과 약초가 매매되는 시장에서는 진품 금산 인삼 뿐 아니라 이곳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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