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치뤄진 핀란드 총선에서 우파가 급부상하면서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공영 YLE TV에 따르면 73%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현 중도우파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연합당과 '진짜 핀란드인'이 나란히 19.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도좌파 야당인 사민당과 마리 키비니에미 총리가 이끄는 중도당의 득표율은 각각 18.5%, 16.4%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핀란드는 전후 지금까지 국민연합당, 사민당, 중도당 등 3개 주류 정당이 짝을 이뤄 집권하고 나머지 1개 정당이 야당을 하는 패턴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통해 이런 구도가 깨지면서 모범적인 '강소국'들이 몰린 북유럽에도 우파 포퓰리즘이 세를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핀란드의 경우 재정 안정성, 교육 수준, 투명성 등에서 세계 최고를 유지해왔으나 2009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불법 자금 수수 의혹 속에 마티 반하넨 전 총리가 퇴진하면서 기존 주류 정당들에 대한 불만이 확산됐다.
'진짜 핀란드인'의 티모 소이니 당수는 선거 결과에 대해 "역사적인 변화"라고 평가한 뒤 "국민이 우리의 노력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의회 진출 저지선인 4%를 넘는 5.7%의 득표율로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
2009년 9월 노르웨이 총선에서는 비슷한 성향의 진보당이 22.9% 기록했고, 2007년 덴마크 총선에서도 극우 인민당(DPP)은 13.9% 득표했다.
특히 인구 550만명, 유권자 440만명인 핀란드의 총선은 결과에 따라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이 좌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럽 전체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지원은 회원국 전체의 승인이 필요하며, 핀란드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는 달리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핀란드인'은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당시 반대표를 던졌던 사민당은 구제금융에 비판적이지만 자금조달 방식이 개선될 경우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개표 상황이 끝까지 유지될 경우 구제금융에 회의적인 '진짜 핀란드인'과 사민당 중 최소한 한 곳은 차기 정부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분석가들은 연정 구성 결과에 관계없이 차기 핀란드 정부가 현재보다는 유럽통합이나 구제금융에 비판적인 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의 개표는 자정(한국시간 18일 오전 6시)께 완료되고 최종 개표 결과는 오는 20일 발표된다.
현 정부는 28일 공식 사퇴한 뒤 새 정부 구성 때까지 과도내각을 운영한다.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연정협상은 각료 인선을 거쳐 다음달 중순께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