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 기업 옥죄던 오바마 '親기업'으로 돌아서

입력 2011-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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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에 올인...월가와 손잡고 재계 기살리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큰 정부’를 표방했다. 이는 ‘작은 정부’를 내세운 조지 부시 공화당 정권이 만들어낸 기존의 정책을 ‘실패’로 규정함과 동시에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부시 행정부와 달리 월가의 보수관행을 거세게 비난하고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금융규제개혁법을 밀어부치며 시장과 싸웠다.

그러나 행정부의 강력한 개혁과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는 악화하고, 쌍둥이적자는 기하급수로 커졌다. 10%에 육박할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는 실업률은 미국 국민과 경제를 절망으로 빠뜨렸다. 그러는 사이 집권 초 60% 후반까지 치솟던 오바마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그는 이날 대기업 CEO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법인세 부담 등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장벽을 제거해 주겠다면서 불안한 미국 경기를 함께 부양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의 승부수는 공권력을 버리고 기업을 택하는 것이었다. ‘관치’(官治)를 버리고, ‘시장’(市場)으로 눈을 돌렸다. 한때 그 스스로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월가 인사들을 잇따라 백악관으로 끌어들이고,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이며 ‘친(親)기업 행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엔 윌리엄 데일리 JP모건체이스 중서부 지역 담당 회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영입하고, 진 스펄링 재무장관 선임 자문관을 백악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자리에 앉혔다.

그의 친기업적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경제회복자문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민간기업 출신 인사들을 참모진으로 맞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올 1월에 출범시킨 ‘일자리·경쟁력 위원회’에는 위원장에 이멜트 CEO를 포함해 케네스 채놀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CEO와 앨런 쿨먼 듀퐁 CEO, 안토니오 페레즈 코닥 CEO, 게리 켈리 사우스웨스트항공 CEO 등이 기용됐다.

2월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등 정보기술(IT) 업계 대표 12명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또 그 동안 갈등을 빚어온 미 상공회의소를 처음으로 방문, 법인세 부담 등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장벽을 제거해 주겠다면서 기업인들에게 불안한 미국 경기를 함께 부양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재계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변신을 ‘휴전 선언’으로 평가하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그가 재계에 보낸 화해의 메시지로 해석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로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기 위해선 재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통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들이 쌓아놓고 있는 2조달러에 이르는 보유자금을 풀면 자금이 설비투자나 고용으로 흘러 경기가 자연히 부양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10%대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발등의 불이다.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하고, 그러자면 재계의 협조가 절실하고, 재계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재계와 타협이 불가피한 것이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해임한 것도 일종의 재계를 달래기 위한 협상카드로 판단된다. 볼커가 월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친기업 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가지는 과감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것.

오바마 대통령의 친재계 행보는 적잖은 결실을 거뒀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부시 감세, 즉 최상위 부자를 포함해 모든 미국인들의 세금감면을 2년 연장키로 하면서 재계의 호응을 얻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력을 시장에 투입해 시장의 질서를 흔들기 보다는 플레이인 기업들의 기(氣)를 살려줌으로써 경제 부양을 우선시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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