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구멍뚫린 조직 믿을 수 있나…

입력 2011-04-20 10:57 수정 2011-04-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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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사고, 도마 위에 오른 사업구조 개편

위기관리 조직체계·능력 허점 투성이

뼈깍는 노력없이 내년 혈세 투입 안돼

“전산에 일부 장애가 발생해 전산망을 셧다운(shut down)시켰다.” “원인이 뭔지 파악됐나? 복구에는 얼마나 걸리나?” “아직 원인이 뭔지 전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복구 중인데 영업시간 전까지는 완료할 듯 하다.”

농협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난 12일 오후 5시30분경부터 농협과 금융감독원 사이의 통화내용이다. 새벽 내내 통화가 오고 갔지만 농협은 원인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사태 파악과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준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농협 서버에 장애를 일으킨 ‘파일 삭제 명령어’는 한달 전에 심어졌다. 수개월 전부터 농협 전산망이 뚫려있던 셈이다.

최악의 전산사고로 인해 농협이 내년 시행할 조직개편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금융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조직 체계는 물론 관리 능력에까지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협은 내년 3월경 금융지주사 전환과 신용(금융)과 경제(유통·농수산물 등)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개편을 진행한다.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 통합으로 공표된 농업협동조합법 51주년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체계인 속살은 구시대적이란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IT본부분사를 포함 9개의 분사와 38개의 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부서들의 난립으로 신속한 보고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이번 전산사고를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최원병 농협 회장 역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조직의 세분화와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역시 1만7900여명으로 사업 성과에 비해 비대하다. 이 때문에 새 금융지주사 출범으로 제일 긴장할 법한 은행들의 염려는 크지 않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은 지역, 공무원, 국가 관련 기관 등을 상대로 하는 안정적인 수신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인적 조직 쇄신과 개혁 없이는 금융지주사 5강 체제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농협의 줄 세우기식의 관료적인 문화도 효율적인 고객서비스가 생명인 금융서비스업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전산장애에 책임있는 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에 농협이 일감 몰아주기도 문제있다. 특히 농협이 오는 22일까지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농협 IT운영전략 수립’ 컨설팅 사업자 모집에서 농협정보시스템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의 조직혁신과 인력구조조정 없이 정부가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발생하는 8000억원을 면제하는 것은 세금 낭비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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