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걸리에 이야기를 담아라

입력 2011-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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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1865’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18홀을 65타에 친다’는 골프와 관계된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저렴하지만 유명 와인으로 거듭났다. 진로는 참이슬에 ‘참 기분 좋은 밤,이 선배 술 마시니까 슬슬 괜찮아 보이네’ 등 삼행시 스토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건강을 모토로 판매됐던 막걸리가 정점을 찍은 뒤 주춤했다가 최근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로 다시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주로서 농부와 노동자 등 서민들과 함께해온 막걸리가 대중주로 ‘웰빙’의 옷을 입고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막걸리에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단순하게 퇴근 뒤 선후배의 진한 뒷풀이나,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길 만한 수단으로서의 의미 등이 담겨 있지 않다. 와인이 공식행사나 결혼식, 퇴임식 등에서 성공과 결합의 의미로 프리미엄을 누린다면 막걸리는 그냥 술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막걸리로 침체된 주류시장의 활력소로 생각하고 있다. 수출도 늘어나고 있고, 내수도 주춤했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막걸리의 해외 수출 증가를 위해서는 술에 이야기와 의미를 담아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꾸준히 이미지를 먹고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껴 꾸준한 판매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수막걸리로 유명한 서울막거리는 1978년 업계 최초로 막걸리를 병에 담아 팔았다. 96년엔 살균 막걸리를 캔에 담으면서 탄산을 넣어 톡 쏘는 맛을 내는 등 각종 특허로 막걸리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이끌어왔다. 수출도 100억원을 넘어 올해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2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대박은 술을 파는데서 오는게 아니다. 위스키와 와인이 의미를 담고 전세계적으로 성공했다면 막걸리도 어떤 뜻으로든지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팔아야 한다. 오래 걸리더라도 홍보조직을 구축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진정한 대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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