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비롯해 수년간 대주주에게 수백억 대의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어, 이번 가격 인상 역시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2010년 당기 순이익 122억원 전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9년에도 회사측은 순이익 706억 가운데 323억원을 대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등 매년 일정 금액을 대주주용으로 책정했다.
BAT코리아의 지배회사는 100% 지분을 갖고 있는 ‘Brown & Williamson Holdings, Inc.’이지만, 최고 지배회사는 ‘British American Tobacco p.l.c.’로 세계 2위의 다국적 담배회사다. 한국에서 담배를 판매해 얻은 이익을 모두 모회사가 가져가는 셈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BAT코리아가 던힐과 켄트 등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을 대주주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담배사업은 시장 점유율 변화가 심하지 않고 광고비와 판관비 비율이 높지 않아 매년 꾸준하게 수익이 나는 업종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그대로 영업이익과 직결된다고 보면 된다”며 “배당금 확대를 위해 가격인상 만큼 쉬운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인상이 지난해 BAT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BAT는 지난 2002년 경상남도 사천시에 국내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설비를 한국에 추가로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BAT코리아가 2002년 공장 설립 후 던힐 등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자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을 들여 설비투자를 단행했다”며 “투자금의 조기 회수를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BAT코리아는 오는 28일부터 담뱃값을 200원(8%) 올려 2500원 짜리 제품을 27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없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돼, 영업이익이 최근 2년간 34% 감소해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BAT코리아는 던힐 등으로 국내사인 KT&G에 이어 18%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