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7시30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금융협의회’에 평소보다 많은 시선이 쏠렸다. 은행장 자격으로 처음 강만수 산업은행장(산은지주 회장 겸임)이 금융협의회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강 행장은 다른 은행장보다 늦게 김중수 한은 총재와 함께 회의장에 나타났다. 처음 참석해서인지 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포토세션을 위해 김 총재와 정 가운데 나란히 섰다. 김 총재는 평소 간단한 인사말을 던지던 것과는 달리 약간의 미소만 띄었고 강 행장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포토세션을 마친 후 김 총재는 이날 참석한 11명의 주요 은행장들을 둘러보며 “오늘 두 분이 새로 오시니까 환영인사가 가득한 듯하다”며 운을 뗐다. 이날 첫 참석자는 강 은행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이다.
김 총재는 곧 “최근 해외에는 어느쪽을 둘러보던 위기가 많다”며 “(반면)국내는 주식시장도 아직 기록 내고 있고, 최근 몇가지 금융문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자신에게 쏠린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처음 출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나온 강 행장은 다시 한번 출석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많이 배웠다”만 답할 뿐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장을 벗어났다. 시중은행장들도 “(강 행장께서) 회의 내내 듣는 입장이었으며, 카드 등 다른 얘기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총재 다음으로 회의장을 나선데다 김 총재와 함께 별도의 티타임을 갖는 등 금융계 ‘큰 형님’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강 행장은 티타임에서 최근의 금융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주형 수협 신용대표이사가 참석했다. 대규모 전산망 장애 사태를 겪고 있는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