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한진텐진호가 해적의 공격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렸다는 보고를 받은 최 회장은 이날 잡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본사로 복귀했다.
최 회장은 이날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한진차이나’ 명명식장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여의도 본사로 돌아온 최 회장은 곧바로 비상상황실에 들러 자세한 보고를 받은 뒤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 했다.
상황실에서 최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본사 부장급 직원 두 명을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로 보내 상황에 협조하라는 지시였다. 선박 상황에 대해서는 해운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정부와 한진해운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울러 한진해운 소속 선박과 선원 관리를 하는 자회사인 부산의 한진SM에도 상황실을 설치해 화상회의로 정보를 공유했다.
비상상황실의 실장은 대외적으로는 김영민 사장이었지만 최 회장은 이날 오후 9시 선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까지 상황실을 단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상황실 임직원들에게 “선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상황을 처리해야 한다”며 “긴장하지 않으면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녁 역시 직원들과 간단하게 해결하며 한시도 직원들 안전상황에 눈을 떼지 않았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으로서는 처음 겪는 피랍 상황이어서 직원들이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자 최 회장은 “긴장하지 말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마침 한진텐진호 선원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한진SM 대표가 선장과 통화하기 전 “무사해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한진텐진호가 평소 비상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매뉴얼을 구축하고 실전에서 별다른 실수 없이 전 선원이 무사한데는 한진해운의 시스템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게 정부기관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처럼 최 회장이 평상시의 준비와 함께 비상사태에 침착하게 대처하자 더는 주부가 아닌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해운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빠지자 작년까지 전문경영인인 김 사장과 함께 극복하면서 경영능력을 상당부분 인정받았다.
최 회장이 이번 사태수습을 계기로 한진해운그룹의 오너경영인으로서 능력과 위상을 검증받은 것은 물론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하는 결단력과 카리스마도 인정받게 됐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2일 "이번 사태에 대한 최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여유있고 침착한 대응으로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