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 삼성ㆍLG 냉장고 제소로 자기 발등 찍나

입력 2011-04-22 16:35 수정 2011-04-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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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여부 내달 13일 위원회 표결...덤핑 여부 최종 결정은 1년 소요 예상

월풀이 삼성과 LG를 대상으로 프렌치 냉장고 덤핑 제소를 한데 대해 양사가 반격에 나섬으로써 자칫 자기 발등을 찍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USIT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위원회 위원들과 월풀·삼성·LG 관계자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에는 마크 비쳐(Marc Bitzer) 월풀 북미지역 사장을 비롯해 쿠르츠 조바이스(Kurt Jovais) 미국 삼성 가전제품 마케팅 사장·존 헤링(John Herring) LG 가전제품 세일 부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각 사별로 1시간 동안 증언이 이어졌다. 증언 후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위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월풀 “삼성 프리미엄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시장 교란”

월풀은 삼성과 LG에서 생산가격보다 낮은 소비자 가격으로 가격경쟁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자사 제품의 가격 하향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월풀 측의 설명이다.

월풀 관계자는 “삼성과 엘지의 프렌치형 냉장고가 월풀사보다 더 많은 추가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사 제품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해 월풀사의 사업에 피해를 줬다”며 “넓은 저장공간·LED 조명 장착·외부 생수·얼음 디스펜서 등 추가기능이 냉장고에 들어 갔는데 낮은 가격을 책정한 것은 덤핑 혐의다”고 말했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가격이 추가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 촉진과 미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해 미국 산업을 손상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엘지와 삼성이 프렌치 냉장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국산 프렌치 냉장고의 점유율이 대폭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2008년 57% 점유율을 기록한 미국 냉장고 업체가 2009년과 2010년에 30%에서 29%대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삼성 LG “월풀 제품 경쟁력 부족이 원인...오히려 월풀이 정부 지원”

삼성과 LG는 월풀 측의 증언에 요목조목 반박하면서 월풀 제품의 경쟁력이 부족한 점과 오히려 월풀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점을 지적했다.

프렌치형 냉장고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연 평균 임금 10만 달러 이상의 가구에서 주로 구입한다. 삼성측 조사에 따르면 해당 고객층은 가격 외적인 요소를 중시한다.

현장에 참석한 로버트 바이어드(Robert Baird) 홈디포(미국 대형 유통업체) 가전제품 판매 부사장은 “미국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외형이다”며 “월풀의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삼성과 엘지에 뒤쳐진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월풀은 2002~2003년도 구식 모델에서 업그레이드 된 사향이 없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현지 소비자에 맞춤형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으로 매년 제품 업그레이드를 했다.

또 월풀 측은 삼성과 LG의 가격 하향 문제를 거론했지만 실제 동급 제품 가격은 월풀이 삼성·LG 보다 저렴했다.

삼성에 따르면 2010년 5월 삼성이 4도어 프렌치 냉장고를 2212달러에 출시했고 월풀이 같은 해 9월 동급 모델을 40달러 낮은 2172달러에 출시했다. 월풀은 같은 해 12월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자 가격을 1870달러로 하향조정해 삼성 제품보다 350달러 가량 낮은 가격으로 더 심한 가격 차이를 유발했다. 가격 하향 정책은 월풀이 더욱 공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또 2009년~2010년 연 평균 LG제품 가격은 삼성보다 낮지만 양사의 제품은 항상 월풀사보다 높았다.

삼성과 엘지의 증언이 진행되면서 반격은 더욱 거세졌다. 양사는 월풀 측에서 에너지 효율 냉장고를 한 대 판매하면서 200달러의 세제혜택을 받으며 2010년 5000만 달러의 현금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월풀의 가격 담합 및 리콜 사실도 언급했다. 월풀은 가격 담합으로 2009년 브라질 정부에 5600만달러, 2010년 미국 정부에 980만 달러를 지불했다.

2010년에는 4300만 달러 이상의 리콜도 발생했으며 제품 하자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피해를 우수한 수입제품에 의한 피해로 잘못 해석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청문회에 참석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위원은 “삼성·LG의 덤핑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월풀의 마케팅 실패로 봐야하지 않느냐”며 “고소비자들의 관심과 마케팅 전략 면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월풀사의 프렌치 냉장고 브랜드는 고급 브랜드인 키친 에이드(Kitchen Aid) 대신 메이텍(Maytag)을 사용했다.

앞으로 덤핑 여부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은 내달 13일 경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표결과 별도로 위원들은 조사결과 보고서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위원에 제출한다”며 “덤핑 여부 최종 결정은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에서는 독립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덤핑 여부를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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