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피해지원책을 두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한- EU FTA로 빚어진 여야 갈등이 이제 당정으로 옮겨 붙은 셈이다. 여권 내부 입장 조율이 되지 않으면 4월 국회 내 통과가 힘들 것이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은 양도세 감면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세금 감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어제 당정청 회동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4월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 “이번 국회에 통과시켜야한다는 데 둘 다 공감하고 있지만, 워낙 (당정이) 세게 붙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김황식 국무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은 23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청 9인 회동을 갖고 한-EU FTA 피해 지원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피해지원대책으로 전업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금을 조금 더 늘리는 방안을 담은 10조원 규모의 ‘축산업 선진화계획’ 내놓았지만, 당은 정부안이 미흡하다며 양도세 감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세금 문제를 손대기는 힘들다며 난색을 표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심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2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회동에서 윤 장관은 “이번에 세금감면을 해주면 갈등 사안마다 조세를 풀어줘야 하는데 그게 올바른 것이냐”고 주장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FTA 문제를 푸는 게 더 중요한데 이 문제로 망칠 셈이냐”고 반박해 한참동안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19일에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한 외교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이번 주 내로 딱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으며, 21일에는 “한나라당 쪽 의견을 들어봐도 정부가 (피해대책을) 재탕삼탕을 해서 가져왔고 원래 예정된 것을 포장해서 가져왔다”고 비판했었다.
당정청은 일단 오는 25일 한-EU FTA 피해대책 문제를 협의키로 해, 본회의를 앞둔 막판 절충이어서 이번 회동에 따라 FTA비준 문제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날 회동에서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한-EU FTA간 충돌 문제도 논의됐다.
정부는 EU가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먼저 분쟁을 제기하지 않는 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대ㆍ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에 대해서도 통상과 국내 중소업체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운용 해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당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정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나 대법관 증원 문제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중수부 폐지 방침에 대해 한 참석자는 “곤란하다”며 “검찰 조직과 관련된 것이고 중수부가 폐지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정책위의장은 “정부 측 참석자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4월 국회 내에 북한인권법, 공정거래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 개정안 등은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당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