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입력 2011-04-25 11:16 수정 2011-04-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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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과 선후배 … 2차전지 시장서 '맞장'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9일 공개된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835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8.6%,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는 28.0% 늘었다. 이틀 뒤인 21일, 호남석유화학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6% 늘어난 1분기 영업이익 5819억원을 발표했다.

내실과 함께 신성장동력에서의 경쟁력을 다져간다는 점도 비슷하다. LG화학은 이미 전기차용 2차전지 세계 최강 기업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자동차용보다 더 큰 대형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탄탄한 실적과 높은 성장성으로 두 회사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1년 전인 2010년 4월22일과 비교하면 LG화학은 25만8000원에서 56만5000원으로 2배, 호남석유화학은 13만3000원에서 45만5500원으로 3배가 넘게 오르면서 화학주 질주를 이끌고 있다.

두 회사 CEO들은 1년 사이 대학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1948년생인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이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67학번으로 입학했고, 1년 뒤에는 1949년생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같은 과 68학번이 됐다. 두 사람 모두 평생 석유화학업계에 몸담고 한국 석유화학공업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같다.

◇과감한 행동력의 카리스마, 정범식 사장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맏형이다. 현재 대한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971년 한국종합화학공업에 입사한 정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 창립에 참여했고, 2007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정 사장은 호남석유화학을 기본이 탄탄한 회사로 만들었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글리콜과 폴리프로필렌은 석유화학 제품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유분으로 필수산업재에 속한다.

공격적 인수합병 행보도 주목받는다. 2009년 1월 대산유화를 합병해 규모를 키웠고, 작년 7월에는 말레이시아의 석유화학기업 ‘타이탄(Titan)’의 지분 73%를 1조5000억원에 샀다. 호남석화는 이를 통해 폴리에틸렌 아시아 1위, 에틸렌 아시아 2위권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호남석화는 그의 신년사 표현대로 ‘아시아 최고 화학업체’로 손꼽히게 됐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신소재 사업과 새로운 트렌드가 될 에너지 저장산업, 그린사업 및 생명과학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토요일이던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청계산 등반에서 “미국의 전지 기술회사와 대형 배터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2~3년 내에 가시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2015년까지 4000억원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호남석화는 500kw급 3세대 아연-브롬 화학흐름전지를 생산해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범식 사장은 기술적 지식은 물론 현장 경험까지 풍부해 카리스마있게 회사를 이끌어 간다는 업계의 평이다. 간담회 등 언론과의 접촉을 잘 하는 편이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꺼리는 법 없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한다.

◇신중한 전략가, 김반석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전략가형’ CEO로 꼽힌다. 1985년 LG화학 신규사업부장, 1994년 LG화학 폴리에틸렌 공장장을 맡았다. LG석유화학 대표이사가 된 2001년 이후 2005년 대산유화 대표이사를 거쳐 2006년부터 LG화학을 책임지고 있는, ‘직업이 CEO’인 장수 경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 취임 당시 3년째 적자던 2차전지를 뚝심있게 지원해 회사의 확실한 먹거리로 만들었다. 지금도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석유화학사업의 사업비중이 70% 수준이지만 2015년까지 2차전지와 정보·전자 소재가 차지하는 몫이 크게 늘어 석유화학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에는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을 선언해 태양광을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공표했다. 박연주ㆍ윤한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은 중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태양광 시장은 성장 초기로 향후 2~3년 내에 발전 원가가 충분히 하락하면 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LG화학은 LG그룹을 내부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어 초기 판매도 용이할 전망”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시장이 이토록 환영하는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길었다. 김 부회장이 폴리실리콘 진출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08년 4월로, 공식 발표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김반석 부회장은 이렇게 신중한 경영스타일만큼이나 실제 성격도 조용한 편으로 알려졌다. 3년 3개월만에 언론과 만난 작년 7월 간담회에서는 “인터뷰가 체질과 맞지 않다”며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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