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부 맘대로 쓰는 쌈짓돈이냐"

입력 2011-04-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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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 파문 일파만파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태준 한국 금융연구원 원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의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관치의 부활’, ‘연금 사회주의’ 등으로까지 표현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

특히 투자자로써의 국민연금이 아닌 국민연금공단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적인 기초자산은 국민들이 노후의 안락한 삶을 위해 납부한 연금이다. 이는 곧 국민이 국민연금공단의 주인이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대기업 경영의 견제장치로 활용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본래의 역할을 퇴색시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주주가치를 도외시한 채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업통제를 가져가려는 생각”이라고 곽 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연기금의 주주로써의 권리행사는 오너 일가를 겨냥하기 보다는 기업가치 극대화에 주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국민연금의 성격을 고려하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에 초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라며 “의결권을 이용해 기업들의 경영권에 간섭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번 발언의 파장에서 한 발 비껴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향후 50년 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를 통한 기금 안정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1%만 올리면 연금고갈시기를 9년 연장시킬 수 있다”며 “기금운용의 수익률을 올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근본적 이슈를 없애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본래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점차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수익률을 높여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고위층이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대기업 경영에 간섭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연금에게나 시장경제질서 유지측면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개별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기업경영의 안정성이 훼손된다”며 “이는 결국 기업가치를 훼손시켜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되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연기금의 또 하나의 역할은 국내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것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국내 증시를 지탱하면서 코스피 지수 2000시대 탈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국내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들 때 이를 보완한다. 연기금의 투자확대여부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지표로 활용될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투자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종목(대형주)에는 개인도 따라갈 필요가 있다”며 “연기금이 선호하는 종목은 대부분 성장가능성이 높거나 블루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우 이사장“국민연금에게 고객은 고객이 아닌 주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고객이자 주인인 국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개별기업 경영권 간섭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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