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28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가전, 화학, 섬유 등은 수출 확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기계류, 의약 등 EU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은 무역 역조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철폐에 따른 순수출 증가 등으로 제조업 생산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1조5000억원 수준의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산업의 생산증가 효과가 1조9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전자제품의 경우도 한·EU FTA의 덕을 볼 전망이다. 현재 EU는 TV 및 TV용 브라운관 14%, VCR 8∼14%, 냉장고 1.9∼2.5%, 에어컨 2.2∼2.7%, 전자레인지 5% 등 우리나라 주요 가전에 약 2∼14%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동유럽 현지 생산을 늘리며 가전 직수출이 줄고 있지만 관세 철폐로 인한 이들 업체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석유화학도 수혜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 EU 주요 석유화학 수출제품은 ABS(가전용 플라스틱), PET Chip(페트칩), PC(폴리카보네이트) 등 합성수지 제품과 합성고무(SBR, NBR, BR)다. 주요 수입제품은 실리콘수지,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 합성수지 제품이다.
EU는 단일 경제권으로는 한국의 PET Chip 최대 수출지역으로, 관세철폐에 따라 큰 폭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ABS도 중국과 더불어 주요 수출 지역으로 큰 폭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ABS의 지난해 대 EU수출액은 2억3000만달러로 석유화학제품 수출비중의 8.5%를 점유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EU는 중국, 인도,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주요수출시장”이라며 “석유화학업계는 이번 FTA로 관세 철폐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EU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으로 편중된 수출지역의 다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섬유도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업체의 제품은 중국이나 대만 등 EU의 주요 수입국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EU 시장에서 관세 폐지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기계류, 의약, 농업 등은 한·EU FTA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는 국내 보건상품의 관세 철폐로 인해 생산규모가 향후 5년간 연평균 893억원 어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분야별로 보면 유럽산 화장품의 수입이 늘면서 국내 화장품 생산은 연간 346억원 상당 줄어들고 의약품은 274억원, 의료기기는 273억원 어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 EU 교역의 적자 업종으로 알려진 일반기계류도 FTA 체결 후 더 큰 무역역조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업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농업 부문 생산 감소액이 연평균 1776억원이며 이 가운데 축산업의 생산액 감소가 연평균 1649억원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는 한·EU FTA가 이행되면 농어업생산액(2010년 10월 기준) 감소규모가 15년차에 3172억원(연평균 1870억원)에 이르는 등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양돈 1214억원, 낙농 805억원, 양계 331억원, 쇠고기 526억원, 과채류 156억원, 수산물 112억원, 곡물 240억원 등의 규모로 생산이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