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해킹 사건으로 ‘네트워크 가전 왕국’을 향한 소니의 꿈이 암초에 부딪쳤다.
소니가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네트워크 사업에 허점이 노출됐음은 물론 해킹 사실이 밝혀지는데 1주일이나 걸린 만큼 늑장대응 논란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소니의 개인정보 보안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에 고객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애플의 스마트폰에 밀려 고전하는 게임사업 부문과 한국 기업에 밀려 적자 일로를 걷고 있는 TV 부문의 부진을 네트워크 가전으로 타개하려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전략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소니 미국법인이 26일(현지시간) 자사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플레이 스테이션 네트워크(PSN)’와 온라인 음악 영상 서비스 ‘큐리오시티(Curiosity)’ 사용자 77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히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 사건에 대해 이용자들과 외신은 물론 미국 의회까지 나서 소니를 비판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플레이 스테이션 사용자 1명이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니의 미국법인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A)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소니를 제소한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사는 크리스토퍼 존스 씨는 모든 이용자를 대표하는 집단소송과 신용카드 정보 유출에 관련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은 전했다.
이번 해킹으로 사용자의 이름ㆍ아이디ㆍ비밀번호ㆍ생일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비롯해 게임구입내역, 대금청구지 주소 등도 모두 유출됐다. 온라인 게임이나 아이템을 사는데 사용한 신용카드 정보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SCA 측은 “해킹은 지난 17일에서 19일 사이에 발생한 것 같다”면서 “일단 해당 사이트 운영을 중지하고 유출경위 파악과 복구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소니 해킹 사태는 미리 알고서도 못 막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달 초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소니 웹사이트를 공격해 소니 임원들의 개인정보와 가족 정보를 공개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해킹 경로나 방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고 발견부터 발표까지 1주일이나 걸린 데 대해서는 다른 유사한 사고와 비교해도 너무 늦어 사용자 보호와 피해 확대를 방치했다는 관리소홀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네트워크 사업을 핵심으로 내세워 난관을 극복하려 했던 스트링거 회장은 물론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은행인 미즈호에 이어 일본 전기업계의 간판인 소니까지 시스템 문제를 일으키면서 일본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요동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전세계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게임 전문가인 리쓰메이칸 대학 영상학부의 신 기요시 강사는 “이번 사건은 소니가 해커들의 표적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향후 성장 전략의 핵심인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전용 네트워크 게임을 포함해 이용자 보호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과 감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미군 사이버 사령부의 초대 사령관인 키스 알렉산더 대장은 "방화벽으로 지킨다는 발상으로는 지키기 어렵다"며 더 진화한 대응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