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등 주위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번지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결혼을 한 후 1인 다(多)역을 소화해야 하는 여성들은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한 직장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자존감을 잃어가는 자신을 발견했을때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자신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도움을 받고 싶어도 신경정신과를 찾는 일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꼭 정신과를 찾지 않더라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심리치료가 등장해 누구나 쉽게 자신의 마음상태를 정비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심리치료란 과연 어떤 것일까? 최근 여성들의 주된 고민과 심리치료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향나무 길은영 심리상담센터’에 직접 찾아가봤다
이곳은 아동,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대인관계, 부부 및 고부 간의 갈등, 양육문제, 아동과 청소년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미술작업을 하면서 심리치료를 실시하는 곳이었다.
길은영 향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는 “미술심리치료란 치료사와의 상담과 다양한 미술작업을 통해 현재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해 해결방법을 찾아가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중 80~90%는 여성이었으며, 개인치료와 7~8명으로 구성된 그룹치료, 또 가족 모두가 참석한 가족치료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길 대표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언을 듣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서 방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담을 할 때에는 일단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100% 그사람의 입장이 되어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담자에게 자기 자신을 계속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주면서 자기자신의 문제점과 갈등의 핵심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그 갈등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게 옆에서 격려하고 조언해주는 것이 바로 치료사들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곳을 찾는 여성들의 주된 고민은 무엇일까? 길은영 대표에게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20대 여성 같은 경우 대부분이 대인관계나 직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한다. 주로 이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또 직업 선택과 취업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는 누구인가? 난 앞으로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수없이 던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자아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사춘기때 격어야 마땅하지만 요즘은 중학교때부터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짜여진 ‘프로그램 삶’을 살아가다 보니 대학생이 돼서야 제대로 된 사춘기를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길대표는 이러한 경우 그룹상담을 권한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현재 고민이 너무너도 커보이지만 남의 고민을 함께 듣고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현재‘나’의 고민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30대는 여성들이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갈등이 대부분이다. 부부간의 갈등, 고부 간의 갈등, 자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집안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요즘 30대 여성은 결혼하고 출산을 한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 많다. 집안일과 자녀양육, 직장생활 등 모든 책임감을 떠안아야 하는 여성으로서는 남편과 일에 대한 분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때 스트레스가 커져 극도로 불안해하고 화와 분노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
자신도 남편과 똑같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집안일도 혼자하고, 자녀도 혼자 돌보고, 시댁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찾아오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길 대표는 이런 부부갈등이나 가족간의 문제가 있는 내담자에게는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과 함께 치료하기를 권하고 있다. 부부나 시어머니 등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방과 함께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미술작업을 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 각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고, 또 서로 작품에 대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길대표는 이런 경우 먼저 상담을 통해 갈등과 문제의 매듭을 풀어가며 무기력해진 내담자에게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켜 주고, 가족 전체가 치료에 응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온 가족이 미술치료과정을 거쳐 각자의 위치와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길은영 대표가 말하는 '마음이 건강해 지는 법']
종로구 내수동에서 ‘향나무 길은영심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길은영 대표는 고민이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을 향해 “자신의 문제를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놔라”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사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책 속에 있거나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한테 있는 것”이라며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 가끔 내 자신이 밉더라도 나를 받아들여주는 마음만 있어도 아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산책하기’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여유는 정신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잠시나마 회사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기며 쉼의 여유를 갖는 습관을 기르면 직장생활의 압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두 번째는 ‘거울보고 자신과 대화하기’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불만족, 부정적인 지각으로 인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해지기도 한다.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무기력해지면서 자신감도 잃게 된다. 하루에 한 번씩 거울을 보면서 “나도 그런대로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것은 멀리 있는 최고의 이상향을 쫓다가 비교된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보다 현재의 자신을 수용하는 방법으로 아주 좋다.
세 번째는 ‘가끔 나를 위해 작은 선물하기’다. 직장생활을 하며 일에 쫒기는 여성이나 가족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들 중에는 가족이나 남들에게는 관대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만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일에 치여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더라도 주말 하루쯤은 자신을 위해 마시지나 운동, 쇼핑, 피부관리 등를 받으면서 ‘나’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