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걷기 좋은 고창, 발길마다 고색창연

입력 2011-05-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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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은 조선시대 왜침을 막기 위해 쌓았다.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고창읍성의 5월은 붉은 철쭉과 흥겨운 판소리가 묘하게 어울려 발길을 머물게 한다. 고창의 봄은 고창읍성에서 무르익는다.(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창은 가족 봄나들이의 ‘삼박자’를 갖춘 고장이다. 푸른 자연과 흥미로운 역사와 걷기 좋은 길이 함께 어우러진다.

고창은 연두빛 5월로 넘어서는 길목이 예쁘다. 학원농장의 보리밭은 이삭이 패고, 선운사의 동백은 ‘후두둑’ 몸을 던지며 고창읍성은 철쭉으로 단장된다.

5월, 무장면 학원농장에 들어서면 청보리의 풋풋한 내음이 봄바람에 실려 다닌다. 아득하게 뻗은 보리밭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굽이치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보리는 4월 중순이면 이삭이 나오기 시작해 5월 중순이면 누렇게 물든다. 청보리는 보리의 품종이 아니라 보리가 가장 예쁜 이 시기의 보리를 일컫는 말이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손을 잡고 콧노래로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을 흥얼거리거나 보리피리를 불며 옛 추억에 잠긴다. 보리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보리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듬을 맞추며 몸을 눕힌다.

보리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더욱 운치 있다.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호젓하게 보리밭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곳곳에 오두막도 설치돼 있어 지친 다리를 쉴 수도 있다. 농장 식당에서 내놓는 보리 비빔밥을 곁들이면 향긋한 보리 향기와 함께 배도 넉넉해진다.

고창은 예전부터 보리가 성하고 잘 자라는 땅이었다. 고창의 옛 이름인 모양현의 ‘모’는 보리를 뜻하고, ‘양’은 태양을 의미한다. 보리의 고장에서는 청보리가 완연해지는 4월23일~5월8일 학원농장 일대에서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푸른 보리밭은 초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으로도 단장된다.

고창 선운사로 향하는 길도 봄기운이 넘친다. 선다원 앞으로 흐르는 냇물에는 초록이 담기고 대웅전 앞 경내에는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선운사를 감싼 동백은 붉은 자태를 뽐낸 뒤 꽃잎을 바닥에 떨구며 천년 사찰의 배경이 된다. 이곳 동백은 대웅전, 금동보살좌상 등 보물을 품은 선운사의 또 다른 보물이다.

선운사까지 왔으면 내친김에 도솔암까지 길을 잡아 본다. 선운사 경내가 상춘객들로 늘 북적인다면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하고 인적이 드물어 가족들의 봄 산책에 알맞다. 산행 길에는 가녀린 계곡이 벗이 된다. 도솔암은 증축중이라 경내가 번잡하지만 절벽 뒤편의 작은 암자에 오르면 선운산의 기암절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광경 하나만으로도 도솔암까지 걸어 온 피로는 말끔히 가신다.

선운사에서 벗어나면 장어식당들이 즐비하다. 고소한 냄새를 뒤로하고 5분 정도 달리면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문학관이다. 시문학관에는 미당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마당에는 커다란 자전거 조형물이 들어서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시문학관에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시문학관에서 하전 갯벌체험장까지는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다. 갯벌체험장에서는 바지락 캐는 체험이 가능하다. 바지락은 진달래꽃 필 때를 전후로 해서 가장 맛이 좋다. 고창의 5월은 주꾸미도 명함을 내미는데 인근 구시포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다시 읍내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고창의 태고적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산리 고인돌 군락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수백기가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매산리 고인돌은 2500년전부터 수백년간 이 지역을 지배했던 족장의 가족묘역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고인돌 박물관을 지나 미니 열차를 타고 구경할 정도로 그 범위는 넓다. 돌무덤은 6개의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최근 ‘올레길’ 열풍을 타고 고인돌 군락을 지나 생태습지인 운곡습지, 운곡 저수지까지 걷는 길 코스도 새롭게 등장했다.

고인돌 군락에서 동학혁명의 주역이었던 전봉준의 생가터를 지나 읍내에 들어서면 고창읍성이 고풍스런 자테를 뽐낸다. 조선시대 왜침을 막이 위해 쌓은 성은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둘레가 1684m나 된다.

봄을 만끽하며 걷는 길은 고창읍성에서 무르익는다. 읍성의 가치는 실제로 성 주변을 돌아봤을때 피부 깊숙이 와 닿는다. 예전부터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음력 9월이면 성밟기 놀이도 재현된다.

실제로 성은 성곽 밖, 성벽 위, 성안 솔숲 길 따라 취향에 맞게 선택하며 돌 수 있다. 어느 고궁의 산책 길 못지않게 길은 호젓하고 아름답다. 성벽 위를 걷다보면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성 안에는 대숲과 관아 등 볼거리도 넉넉하다.

읍성 입구에는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신재효의 생가와 판소리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판소리 한 소절 들으며 가족과 함께한 고창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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