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발생한 대지진·쓰나미의 영향으로 일본 가전업계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3위 마이크로컴퓨터 제조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주요 공장이 대지진 피해로 가동을 멈추면서 가전용 반도체 부품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네사스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로컴퓨터에서 40%, 가전 20%, 산업기기에서 25%를 각각 차지하며, 휴대폰용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에서는 일본 최대 점유율을 자랑한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은데 이어 르네사스의 나카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대지진 여파가 가전업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휴대폰 업계에서는 NTT도코모가 르네사스로부터 시스템LSI를 공급받지 못해 올 여름 신모델 출시가 2주 가량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샤프·NEC·카시오 등 다른 휴대폰 업체들도 르네사스에서 반도체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로부터 마이크로컴퓨터를 조달하고 있는 생활가전업체들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미쓰비시전기의 경우 냉장고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컴퓨터가 부족해 6월부터 생산되는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줄이기로 했고, 히타치 어플라이언스는 4월부터 마이크로컴퓨터의 조달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엘리베이터 업계 2위인 히타치제작소는 고객사들과 납기 연기 협상에 들어가는 등 엘리베이터 업계도 마이크로컴퓨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로컴퓨터는 여러 개의 LSI로 구성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기억장치 및 주변장치와의 인터페이스 회로 등을 붙인 극소형 컴퓨터로, 소형 컴퓨터·휴대폰·자동차·가전제품 등 사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르네사스는 대지진 피해로 문을 닫은 나카공장 가동을 6월 15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면 가동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수탁업체에 위탁한 르네사스의 제품도 1년 후에나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어서 르네사스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