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코스피는 2.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산운용은 11.17% 수익을 냈다. 순수주식형을 300억원 이상 운용하는 44개 운용사 중에 1위다. 업계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 5.69%의 두 배 가까운 압도적인 성적이다.
류재천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등의 비결을 꼽는 데 망설임이 없다. 류 본부장은 50여개 국내 운용사 중 수익률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 현대자산운용을 1년만에 1위로 끌어올렸다. 작년 6월 류 본부장이 영입된 후 현대자산운용은 팀플레이와 리서치 중심 운용으로 유명해졌고, 수익률은 ‘류재천 체제’가 자리잡은 8월 이후 수직 상승했다.
그는 말한다. “한두명의 스타 펀드매니저에 의존하기보다는 10명의 운용인력 각자의 운용권한ㆍ책임ㆍ역할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팀플레이 덕이다.” 자산운용회사는 불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운용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만큼이나 조직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류 본부장은 각 펀드매니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성과보상체계를 결합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전 운용팀이 참여하는 토론 문화와 열정ㆍ성실함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류 본부장은 “이런 분업화된 구조를 갖고 유망업종 및 섹터는 위에서 아래로(top-down방식), 유망종목은 아래서부터 위로 훑는(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시장의 방향성 판단은 최소화하고, 주가의 상승 잠재력이 돋보이는 종목을 30개 내외로 압축해 투자하는 적극적(active) 운용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는 특히 “투자종목은 펀드매니저가 아닌 애널리스트들이 주도해서 선정한다”고 강조했다. “분산 효과보다 집중에 주력하는 적극적 운용을 자신감있게 할 수 있는 이유도 우리 내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대상 기업을 자체적으로 방문하고 심도깊게 분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 덕에 종목 위주의 접근으로 남들보다 일찍 정유화학, 자동차 업종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류 본부장은 “지금 지수가 높지만 시장만 보지 말고 종목으로 접근하면 하락장에서도 충분히 투자할 곳은 많다”고 조언한다.
그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외국인 순매수와 부동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지만 불안요인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최근 2개월 동안 지수가 단기 급등해 당분간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본부장은 특히 “정유화학 등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3~4배까지 올라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지면 외국인의 매수 움직임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이 다시 성장으로 돌아선다면 2400~2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 강소기업펀드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중소기업 중 글로벌 비즈니스를 영위하며 세계 5위권 내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거나 대기업과의 Value Chain을 가진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새로운 유형의 중소형 펀드”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중소형펀드와는 다른 컨셉으로, 현대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매우 유망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류재천 본부장은 “앞으로도 운용수익률의 경쟁력 향상, 상품개발,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계의 다크호스가 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미 올 초 ‘우승’을 차지했는데 더 이상 ‘다크호스’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되묻자 대답 대신 씩 웃는다. 그는 내내 겸손했지만, ‘다크호스’라는 표현 뒤에서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다”는 자신감이 문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