乳업계 골탕먹인 농식품부

입력 2011-05-06 11:10 수정 2011-05-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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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판 모든 우유서 극미량 검출, 업계갈등 조장…소비자엔 불안만

포름알데히드우유 사건이 또 하나의 식품 안전 해프닝으로 끝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소비자들에게는 극도의 불안감을 주었고, 유업계에는 즉각적인 매출 손실 뿐만 아니라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했다.

식품에 대한 안전성은 꼼꼼히 챙겨야 하는게 책임이고 의무지만, 이번 우유 파동은 먹을거리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 또한 번 실감케 했다.

포름알데히드 우유 해프닝의 발단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의 입에서 시작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4월 28일 “매일유업이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호주산 사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경쟁업체가 제보해 지난해 12월 해당 사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수차례 권고해지만 매일유업측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당사는 사료에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지난해 11월 담당자를 방문해 문의한 결과 중단 권고가 아닌 제품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받았다”며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게다가 경쟁업체인 A사의 어린이용 우유에서도 0.033ppm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고, 2001년부터 2007년 까지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 제조한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뽑은 원유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쟁사간 갈등으로 확산됐다.

경쟁업체 A사는 “국내 사료 업체는 호주 등 외국과 달리 포름알데히드를 재료로 쓰지 않는다. 우리는 국내 사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매일유업을 강하게 비난했다. A사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사료를 사용해도 되는지 농식품부 게시판에 문의했다.

포름알데히드 우유 논란이 유업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극도에 다다르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시판 우유에 대한 포르말린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29일 밝혔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매일유업 뿐만 아니라 점유율이 높은 서울우유, 남양유업, 동원 등의 업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4일 저녁 검역원은 검사 결과 모든 제품에서 극미량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지만 우유에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함량 이내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연생성범위인 0.013~0.057ppm이내여서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6일간의 포름알데히드 우유 파동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우유 안전성 문제가 일단락되자 이번 해프닝의 원인을 놓고 모든 비난이 유업계가 아니라 농식품부로 쏟아지고 있다. 유해성 논란에 명쾌한 답도 내놓지 못한 것은 물론 포르말린 사료의 사용 허용 여부와 허용 기준치도 정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업체에 떠넘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당사자인 유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에 대해 정확한 분석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당국에 정부에 진저리가 난다”며 “이로 인해 업체들이 피해를 보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5세 아이를 키우는 김성숙(여,38)씨는 “포름알데히드가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긴 했지만 불안해서 마시던 우유를 끊었다”며 “안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다시 우유를 아이에게 줘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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