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조사권 놓고 대립양상 확대

입력 2011-05-10 15:59 수정 2011-05-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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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 대한 검사권 문제를 놓고 서서히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두 기관의 대립은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정옥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촉발됐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영업정지된 31개 저축은행 가운데 금감원뿐 아니라 한은 출신이 다수 포진해있다는 내용에 한은측이 적극 해명하고 나서면서 자료의 출처가 어느 곳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31개 저축은행 가운데 금감원과 한은 출신이 포진한 곳은 10개로, 이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때 감사, 최대주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금감원과 한은 출신자는 모두 12명이었다. 금감원(옛 한은 은행감독원 포함) 출신이 8명, 한은 출신이 4명이다.

그러나 한은 측은 ‘한은 출신’이라고 표기할 수 있는 인물은 두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료에 한은 출신이라고 나온 경인저축은행의 조모 감사는 한은에 근무한 적이 없고, 경북저축은행 배모 감사도 지난 89년 한은을 퇴직해 대동은행으로 전직하고 나서 저축은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또 '한은 및 금감원 출신'으로 표기된 부산 인베스트저축은행 문모 대표이사 등 4명도 은행감독원이 한은에서 분리될 무렵인 지난 98년 퇴직해 금감원으로 전직했으므로 최종 퇴직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은 출신이라고 못박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치권 및 금융계 일각에서는 자료의 원출처가 금감원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위기에 몰리자 한은을 끌어들여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세 곳 가운데 한 개꼴로 금감원 또는 한은 출신이 감사 등으로 재취업하고 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정옥임 의원의 언급도 한은을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배후에 금감원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이 속한 국회 정무위가 금감원 관할 상임위이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감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들은 자료 배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도 “자료는 지난달 저축은행 청문회 때 의원실에서 요청해와 각 저축은행에 공문을 보내 얻은 자료를 취합했다”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최근 금감원이 독점적으로 가진 금융권에 대한 감독권한을 한은에도 줘 ‘중층적 검사·감독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어 이같은 자료는 한은과 금감원 양측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아울러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권력적인 행정작용인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수는 없다”며 감독권의 분산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단독조사가 가능해지면 독자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동안 금감원이 독점해온 정보를 크로스체크하며 견제할 수 있고, 어느 한 쪽이 놓친 부분을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권에 대한 한은의 조사권이 크게 강화된다. 한은은 공동검사 요구에 금감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체할 경우 단독조사가 가능하다. 또 긴급 여신 시에도 단독조사권이 부여된다.

한편 두 기관간 대립양상이 커지면서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두 기관의 대립이 자칫 새 감독·검사체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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