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소매금융 및 웰스매니지먼트 부문 규모 축소를 통해 오는 2013년까지 25억~35억달러(약 3조7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웰스매니지먼트는 초부유층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업을 말한다.
HSBC는 전세계적으로 87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소매금융 사업부 22개와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18개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취임한 걸리버 CEO는 "우리는 항상 어디서나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실망스런 실적을 내놓음에 따라 사업 규모 축소를 통한 회생에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걸리버 CEO는 "HSBC의 유명한 광고 슬로건인 '세계의 지역 은행'을 전략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슬로건은 마케팅 문구로 계속 사용되며 결코 없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걸리버 CEO는 특히 "미국의 신용카드 사업부와 지점망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기업은행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 소매금융 사업부 외에 어느 지점을 폐쇄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HSBC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2~3년 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 9.5%에서 12~15%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걸리버 CEO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날 런던증시에서 HSBC의 주가는 1.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걸리버 CEO가 제시한 구조조정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