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꽃 따라 숲 따라…도시락 싸서 떠나볼까

입력 2011-05-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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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분주령 트레킹

▲매봉산 바람의 언덕(태백시청 제공)
5월은 트레킹하기 좋은 계절이다. 따뜻한 봄햇살과 싱그런 숲내음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쏠솔하다. 거창한 장비는 필요없다. 발이 편한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을 싸서 떠나보자. 목적지는 태백 분주령.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천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야생화가 가장 많은 때는 5월초 부터 7월 초순경으로 기린초,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등이 눈부시게 핀다.

트레킹의 시작은 두문동재(1268m)에서 시작한다. 두문동재는 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인데 싸리재라고도 부른다. 두문동재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금대봉 정상과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약 6.6km.

두문동재에서 헬기장을 지나 금대봉(1418m) 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한 능선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양지바른 곳에는 할미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산책하듯 느린 걸음으로 걸어 약 30~40분 정도를 가면 금대봉이다. 금대봉은 식물자원 보호구역이다. 그만큼 야생화가 많다. 금대봉 이르는 짧은 길에도 노란 산괴불주머니며 솜방망이, 딱총나무꽃 등의 단아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분주령에서 만난 영초
금대봉에서 숲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이다. 이 물은 검룡소로 스며들어 다시 솟구친다. 고목나무샘에서 다시 1시간 여를 가면 분주령 초원이다. 이 길은 ‘들꽃숲길’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녹음이 우거져 있고 길섶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이들과 눈을 맞추며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전망이 탁 트이는 곳에 닿는다. 분주령이다. 해발 1080m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펼쳐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봄이면 분주령 일대는 드넓은 꽃밭으로 변한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앞다투어 핀다. 낚시제비꽃, 줄딸기꽃, 노루삼, 홀아비바람꽃, 범꼬리, 왜미나리아재비, 현호색, 앵초, 터리풀, 요강나물, 쥐오줌풀, 구슬붕이, 어릿광대수염 등이 분주령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은 약 900여 종에 달하는데 식물도감을 챙겨가 꽃 이름을 확인하며 걷는 것도 야생화 트레킹을 잘 즐기는 한 방법이다.

▲검룡소의 계곡
분주령을 지나 계곡길로 내려서면 검룡소로 가는 길이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검룡소로 이어지는 길은 거의 내림막이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주차장 못 미처 오른쪽에 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울창한 숲 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하루 2000톤의 물이 샘솟는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흘러 2m 정도 되는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다. 이끼가 가득한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신비스럽게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용이 용틀임하는 것과 비슷해 검룡소라 불린다. 물 온도가 사계절 내내 섭씨 10도 안팎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입산은 5월 16일부터 가능하며 분주령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입산 일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에 사전예약하면 된다.

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위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 및 공룡 화석과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대륙 이동 등 지각변동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있는데, 고생대 때 한반도가 3개의 땅덩어리로 분리돼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 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전시실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가기 전 볼 수 있는 구문소는 황지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을 빠져나가며 산자락을 뚫어 커다란 석문(石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417호다.

▲분주령에서 검룡소 가는 숲길.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도 흥미롭다. 1997년 ‘석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건립됐는데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 화석, 기계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8,700여점의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8전시실에는 채탄과정과 지하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지시의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을 전시하고 있어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또 있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이다.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있다. 1억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 길이 1.5km.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트라큘라 성, 죠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폭 50m, 길이 130m의 광장과 인공분수, 조명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 생성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km 구간을 운행하는 ‘낭만의 용연열차’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태백 대부분의 지역은 평균 해발 높이가 800m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태백을 ‘고원관광휴양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휴양도시 태백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산림문화휴양관관과 숲속의 집이 마련돼 있는데 하루쯤 머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산행길과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 있으며 MTB(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바람의 언덕’으로도 불린다. 가파른 비탈의 배추밭 꼭대기 능선에 자리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발전기 외에도 조그마한 네덜란드식 풍차가 한 기 서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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