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지난 2일부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을 단행한 이후 업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면서 업무가 마비되는 등 한 마디로 ‘패닉(공황)’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주가 급락과 함께 유상증자 철회, 합병 등의 시련을 겪으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엑큐리스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되기에 앞선 지난 3월 22일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80억3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청약일이 되기도 전인 4월 29일 회사 측은 주가급락으로 계획된 운영자금의 유치 및 증자업무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증을 철회했다.
엘앤씨피도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엘앤씨피는 4월 29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보통주 131만5789주, 9억9999만9640원의 일반공모 유증을 결정했다. 하지만 청약일인 지난 2~3일에 투자환기종목 지정 여파로 예정된 유상증자 전량이 청약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조정한 기업도 있다. 넥스텍은 지난달 21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할 당시 행사가를 2681원으로 산정했지만, 시가가 하락하면서 지난 2일 2058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공신엔에치의 BW가 35만1288주(2.5%) 늘어났다.
해당 기업들은 주주들의 불만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도 거래소에 항의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 속만 끓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하루 종일 전화만 받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속부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면서 거래소의 ‘보여주기(Showing)식’ 조치라는 강도 높은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투자주의 환기종목들은 경영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기업들이지만 규모나 실적면에서 시장의 관심 밖에 있던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우량기업부나 중견기업부 소속기업도 거래소가 지정하는 프리미어지수, 히든챔피언에 속한 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다.
A증권사 스몰캡 팀장은 “이번 소속부 개편안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사실 주의깊게 지켜본 곳이 없다”며 “거래소가 코스피 시장에 비해 수요기반이 미약하고 건전성 논란이 있는 코스닥시장에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많이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임의로 지정한 프리미어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가운데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는 폐단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업계 이슈와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는 움직이기 때문에 아직 이번 재편안에 대한 결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일부 기업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기업들은 그 부분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결국 시장건전화를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