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40년전 '지식·정보사회' 예측한 미래학자

입력 2011-05-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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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앨빈 토플러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약력 : △1928년 10월 뉴욕주 출생 △1949년 뉴욕대 졸업 △1996년 토플러 어소시에이츠 설립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미국과학진흥협회 펠로우·국제전력연구소 펠로우·매킨지재단 경영학 저서 활동 공로상 등 △주요 저서 : 미래의 충격·제3의 물결·권력이동·부의 미래 등

“내 손 안의 더 큰 세상”.

이는 더 이상 휴대폰 광고 문구가 아니다. 공상과학소설(SF)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실제로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속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커뮤니케이션, 오락, 정보검색, 학습, 독서, 사진촬영, 정보저장, 은행업무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PC의 여명기, 스마트폰의 존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1960년대에 작금의 놀라운 정보기술(IT) 시대를 내다본 예언가가 있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은 ‘미래의 충격(1970)’ ‘제3의물결(1980)’ ‘권력이동(1991)’ 세 편의 미래 시리즈로 충격을 던진 앨빈 토플러가 그 주인공이다.

토플러는 명문대 출신 지식인에서 용접공으로, 용접공에서 노동운동가로, 노동운동가에서 저널리스트로 전향에 전향을 거듭한 끝에 결국 미래학자로서 파격적인 이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조직 혁명의 대가로 손꼽히게 된 데는 이처럼 다양한 이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토플러는 미래 예언 시리즈 1편격인 ‘미래의 충격’에서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적, 사회적 변화가 그 속도를 점차 가속화함으로써 이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적응이 한층 어려워진다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미래 사회의 문화가 현실과는 전혀 다르며, 사람들이 그러한 미래의 문화에 접하게 되는 속도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의 충격’이 출판된 것은 1970년이지만 그가 집필에 들어간 것은 1960년대 후반.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상은 빗나간 것도 있지만 상당 수는 들어맞았다.

예를 들어 “20세기 안에 인류가 해저에서 생활할 것”이라는 예상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복제 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발달, 고도 정보통신망의 등장, 규모의 경제의 종말 등 상당 부분은 적중했다. SF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실로 나타났고 SF가 그 현실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토플러의 미래 예측이 SF와 다른 것은 SF가 놓친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나타날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가족관계나 조직상의 변화는 엄청난 혁명이라며 사회적·문화적 변화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토플러가 1980년 내놓은 대표작 ‘제3의 물결’은 ‘미래의 충격’을 한 단계 구체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물결’개념에 따라 3종류의 사회로 나누고, 각각의 물결이 낡은 사회와 문화를 밀어낸다고 설명했다.

토플러는 제1의 물결을 농업혁명 이후 사회로,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 이후 사회로, 제3의 물결은 탈산업 사회로 각각 비유했다. 그는 제3의 물결을 설명하면서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다.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인류는 지금까지 대변혁의 물결을 두 차례 경험했다”면서 제2의 물결이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산업화와 근대화로 대량 소비 및 생산화, 분업화, 표준화, 전문화, 중앙집권화가 자리잡았지만 이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핵가족의 등장으로 이혼율과 가출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나타난 것이 제3의 물결이다. 제3의 물결은 정보화 사회로 불리는 것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말한다.

제3의 물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토플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과 인간의 성격은 복잡하지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로 결합돼 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인간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은 변했다. 수단도 바뀌고 인간도 바뀐 것이다. 휴대폰은 20세기 말에 급속도로 침투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한 통신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전자메일은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번거로움을 없애줬다. 토플러가 30년 전에 그린 청사진대로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플러는 제4의 물결로는 우주혁명을 들고 있다. 그는 우주공간의 개발을 통한 부의 생산이 현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의 다음 거주지는 우주이며, 이러한 물결은 혁명처럼 번져나갈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4의 물결이 바이오 혁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농업혁명은 인간의 식량문제를 해결했고,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물질적 편의를 제공, IT혁명은 인간의 지적요구를 해결해 줬던 만큼, 바이오혁명은 인간의 수명을 늘려줘 본질적 욕망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토플러는 미래 시리즈의 3편인 ‘권력이동’에서 다가올 미래의 변화는 누가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권력의 세 가지 원천을 폭력·부·지식으로 규정하고, 권력이 단순히 개인·기업·국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기존의 차원과 달리, 권력의 본질 자체가 변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식정보 계층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옮겨가면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원천이 과거의 물리적 힘과 돈에서 컴퓨터로 대변되는 지식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식이 진정한 권력의 수단이 될 것이며, 결코 소진되는 법이 없이 약자나 가난한 자도 소유할 수 있게 돼 폭력과 부의 파괴적이고 편향적인 비민주성의 낭비와 횡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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