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씁쓸한 두 차관의 사퇴

입력 2011-05-17 11:09 수정 2011-05-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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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차관' 박영준 총선출마 위해…'힘없는' 정창수, 낙하산을 위해

'왕차관'으로 불리며 정권 실세로 군림해온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과 정창수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16일 나란히 돌연 사의를 표명,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정부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박 차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에 최종적으로 사퇴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관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의 뜻이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경부 안팎에서는 박 차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경부 차관직을 그만둘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차관측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그가 19대 총선에서 고향인 경북 칠곡이나 대구 지역에서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차관은 지경부 차관 부임 이전에도 대구 지역 출마를 강력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출마 이외의 다른 (사퇴)이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앞서 박 차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건과 상황 변화가 있으면 개인적 결단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변화나 도전에 주저하거나 두려워한 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내가 일을 많이 벌렸는데 다음번 누군가 차관이 오시면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내실을 다지는 차관이 됐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사임할 뜻을 암시했었다. 당시 이를 두고 박 차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거취를 정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같은 날 정 차관의 사퇴에 대해 청와대와 국토부 측은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최근 국토부 정책들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증폭되면서 불거진 정부 책임론에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차관은 이날 오전까지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하다가 오후 1시20분경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히고 4시에 이임식을 갖는 등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관가에서는 사직이 처리된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분당신도시 수직증축 리모델링 불허에 따른 재·보선 패배 △LH 본사 진주 일괄이전 등 최근 국토부 정책들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이를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정창수 차관은 “(굵직한 국책사업에서)장관 보필을 제대로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반성해야 한다”는 말로 일부 책임을 시인했다.

낙하산 인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사의 이유가 불분명 한 데다 비리에 연루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서기관 출신의 청와대 인사 S씨 등이 거론되면서 결국 MB의‘보은인사’ 또는 ‘내 사람 심기’ 차원에서 이번 인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후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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