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00년만에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했다.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남편 필립공과 함께 아일랜드를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7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에서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과 엔다 케니 총리를 만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특히 이날 아일랜드 추모공원(Garden of Rememberance)을 찾아 묵념하고 헌화했다.
추모공원은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아일랜드인들의 혼이 서려있는 곳이어서 과거사를 버리고 양국간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일랜드는 지난 1921년 치열한 투쟁 끝에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매컬리스 대통령은 이날 "두 나라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영국 여왕의 방문은 두 나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100년 만에 이뤄진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조지 5세 국왕이 1911년 영국령이었던 아일랜드 더블린을 찾은 이후 100년 동안 영국 왕은 아일랜드를 방문하지 않았다.
영국 BBC방송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우주비행사 암스트롱의 말에 비유해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양국간 역사에서는 엄청난 순간(One small step for the Queen, one huge moment in British-Irish history)'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방문은 영국에 속해있는 북아일랜드의 분리 독립을 주장해온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잔존 세력들의 테러 위협에 따라 극도의 경호 및 경비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방문 이틀째인 18일 매컬리스 대통령과 전쟁기념공원을 참배하고 크로크 파크 경기장 등을 찾을 예정이다.
크로크 파크 경기장에서는 아일랜드 독립전쟁 당시인 1920년 영국군의 발포로 관중과 선수 14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