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있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 브리핑을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수첩을 꺼내 회동 당시 꼼꼼히 메모해 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공개했다.
“선거는 당이 국민과 함께 해나가는 것으로 (평소에) 준비하는 게 왕도이고 원칙이다. 표를 의식해서 치른다기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평상시에 국민 입장에서 해나가는 당의 여러 모습, 그 자체에 의해서 (결과가) 결정된다.” 이른바 박근혜 선거지론인 것이다.
이외에도 박 전 대표는 당내 최대화두 중 하나인 전당대회 룰 관련해 “(당권·대권 분리조항은 자신이 당대표로 있던 2005년) 쇄신안에 의해 확정됐는데 선거나 당면과제가 있다고 해서 철학이나 흐름을 뒤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현행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대신 전당대회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선 “계파에 의한 전당대회로 보이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선거인단 확대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민주당은 “여왕님께 신하가 보고하듯 원내대표가 일개 의원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고 확인을 받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영 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이 여왕시대이냐”며 “아무리 박 전 대표 도움으로 원내대표가 됐다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황 원내대표를 지원한 한나라당 소장파 한 의원도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언론서비스 차원으로 좋게 해석한다 해도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이정현 의원(박 전 대표 대변인격)처럼 수첩에 받아 적고 이를 불러주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