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이윤 부끄럽게 만드는 사회"

입력 2011-05-23 11:05 수정 2011-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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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기업이란?]<상>"실적 위주 문화 바뀌어야" MB 발언 의문

“예전에는 좋은 실적을 내면 널리 알려지길 바랐지만, 지금은 언론에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묻혀 가고 싶은 심정이 간절합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푸념 속에 대한민국 기업의 현재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2011년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보다‘이윤 창출’과 ‘고용 증대’다. 주식시장에 등록된 회사라면 ‘주주가치 극대화’도 포함된다.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통해 근로자와 투자자에게 높은 소득을 나눠줘 이들 삶을 살찌워준다. 또 이윤 극대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국가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기업이다.

역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원재료값이나 임금을 지불하지 못한다. 가계와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의 적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잇따른 ‘대기업 옥죄기’ 행태가 ‘이윤 창출 -> 고용과 투자 증대 -> 국가경제 발전’이란 긍정적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2011년 대한민국 기업의 존재 목적에서 ‘이윤 창출’이란 한낮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즈니스프랜들리라는 친(親)기업 정책기조 대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기업 압박은 점점 도를 넘고 있다. 물가안정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물론 중요하지만 도를 넘는 압박은 대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의욕마저 꺾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실적 위주의 대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과연 합당한 말인가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널리 자랑해야할 좋은 실적을 어떻게라도 감춰보려 하게 만든 아이러니한 일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외친 이후 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5조원을 넘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삼성전자의 5조원 이익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삼성전자의 호실적을 보면서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실업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게 맥락이었지만 해당 대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언급이었다.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실적발표를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기름값 상승의 주범으로 오해 받으며 정부로 부터 기름값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실적은 결코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 결국 김종수 홍보실장(상무)은 고심 끝에 실적호조를 강조하기 보다는 선방했다는 의미로 보도자료 내용을 수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대기업 때리기에만 열중 하고 있다”며 “과도한 대기업 압박은 결국 국가경제에도 마이너스효과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게 마치 잘못된 경영문화 때문이라고 한다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고싶어 할 것이며, 수익을 내기 위해 혁신할 것인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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